경제·금융 정책

생맥주값 오르고 수제는 내린다

주세과세 개편…내년부터 시행

알코올 함량 등 기준 '종량세'로




내년부터 생맥주 가격은 오르고 수제맥주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주세 과세체계를 현행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술의 부피·용량과 알코올 함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다음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소주는 도수, 맥주는 용량 기준으로 주종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도록 가닥을 잡았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소주와 맥주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변동이 없도록 하지만 개별 상품가격은 일부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제조단가가 쌌던 생맥주는 조금 오르고 수제맥주는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세 부담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고가주=고세율, 저가주=저세율’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50년간 종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칠레·멕시코 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다수가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어 선진국형 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종가세 체계하에서는 가격이 비싼 고급술을 만들면 세금 부담도 높아지게 된다. 수입신고가격이 기준인 수입맥주에 비해 국산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이윤까지 포함한 출고가에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판매가가 비싸다는 역차별 논란을 빚었다. ‘4캔에 1만원’이라는 파격 할인 덕에 수입맥주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지난 2014년 4.2%에서 2018년 13.0%까지 상승하며 국산맥주 산업의 존립기반을 위협하자 업계뿐 아니라 국세청도 기재부에 종량세 전환을 건의했다. 특히 관세청은 그동안 수입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하이네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맥주 수입규모맥주 수입규모


‘서민 반발’ 우려 소주 가격은 유지…수제맥주도 ‘4캔에 만원’ 가능해져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의 전환을 추진하다 ‘서민 증세’ 논란에 개편안을 덮어야만 했다. ‘4캔에 1만원’ 수입 맥주 이벤트가 사라지고 소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대두되자 불거진 비난 여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주세 개편안에서 세수중립적으로 설계해 소주·맥주의 소비자 후생은 변화가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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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술’인 소주의 경우 종량세 전환으로 알코올 도수가 기준이 돼도 평균 소비자 가격은 오르지 않도록 설계하기로 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수입 맥주와 국내 맥주의 과세표준 차이에서 시작돼 맥주만이 아니라 전 주종에 대해 종량세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소주도 일부 (가격)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없애고 인상되지 않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용역이 다음달 나오는 대로 국회 보고를 거쳐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다.

수입 맥주 가격은 주세 체계가 바뀌어도 지금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맥주 과세표준을 주류 제조장에서 출고한 수량이나 수입 신고하는 수량으로 바꾸고 세율은 1ℓ당 835원으로 한다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과세표준에 72%를 부과하는 주세 체계에서 ℓ로 환산했을 때의 평균 주세액인 850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수입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가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소비자 가격은 평균 정도로 수렴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국산 맥주는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심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ℓ당 835원 과세 기준 종량세를 도입하면 국산 캔맥주 500㎖를 기준으로 363원 저렴해진다. 반면 포장재 비용이 낮고 대량 공급되는 유통 특성상 판매관리비를 낮게 책정하는 생맥주 가격은 다소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맥주 시장에서 생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내여서 국산 병맥주와 캔맥주의 가격 인하에 따른 소비자 혜택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도 “주세 과세체계를 선진국형으로 바꾸기 위해 검토하는 것”이라며 “종량세로 바꾸면 품질이 좋은 고급술을 만들 수 있도록 주류산업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종가세가 유지된다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게 세금이 훨씬 싸 국내 주류 제조 공장들이 모두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세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하자 국산 맥주 업체들과 수제맥주 업계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 수제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의 문혁기 대표는 “모든 맥주가 동등하게 세금을 내는 구조로 바뀌면 이제 수입 맥주와 마찬가지로 편의점에서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수제맥주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정순구·빈난새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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