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이하를 10년 이상 연체한 ‘장기소액연체자’의 채무를 감면·면제해주는 프로그램에 11만7,000명이 지원했다. 신청자 대부분은 몸이 아프거나 경제활동이 없는 금융 취약계층으로 이번 채무 감면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접수를 진행한 결과 총 11만7,000명이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약 40만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대상자 가운데 29.3%가 신청했다. 금융위는 11만7,000명 중 심사를 마친 4만1,000명의 채무(2,000억원)를 면제했으며 아직 심사가 완료되지 않는 나머지 인원들에 대해서는 올 상반기 중에 심사 및 채권 매입·면제 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상환능력을 잃은 한계 차주에 대해 긴급 채무정리를 통해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포용적 금융을 우선 과제로 추진해왔다. 지난 2017년 금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일괄 소각해 34조8,000억원(349만건) 규모의 시효 완성채권을 정리했다. 같은 해 11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62만7,000명에 대한 지원을 확정했다. 국민행복기금 내 상환미약정자와 연대보증인에 대해 별도 신청 없이 일괄 심사해 58만6,000명의 채무를 면제했다. 이어 민간 금융기관 채무자 및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이행자를 대상으로 채무 면제 프로그램을 추가로 가동, 이번에 신청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온 ‘한계채무자 긴급 채무 정리’ 작업은 사실상 모두 마무리됐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을 통해 지원을 받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의 경우 다른 제도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개인 파산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신복위의 ‘취약차주 특별감면’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제도운영 성과 점검을 겸한 간담회에서 “채무자 개개인의 애절한 사연을 들어보면 11만7,000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추심의 고통을 피해 움츠러들고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도 갖지 못하고 불편하게 사셨던 분들이 재채무 면제를 통해 재기의 기회를 갖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