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국회 본회의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표현하자 일부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경제 정책 등 국정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대표연설을 이어갔다.
여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거세게 항의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어떻게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그만해” 등 거센 항의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이에 연설은 3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으며 전날 열린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43분)보다 13분 더 긴 56분 만에야 마무리됐다.
그러나 거센 항의에도 나 원내대표의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북한 관련 발언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에 대해 그는 “외신 보도의 내용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축이 흔들리는 동안 문재인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며 대표연설을 이어갔다.
이 대목에서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급기야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국회의장석으로 뛰어가 문희상 의장에게 강력히 항의했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철희 의원과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몸싸움 속에서도 “야당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 이런 태도가 이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만들고 있다”며 “여러분은 하고 싶은 말을 정론관 가서 말씀하시라”고 맞받아쳤다.
문 의장은 멈추지 않는 의원들의 언쟁에 “조금만 냉정해지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우리를 다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공멸의 정치이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 아무 발언이나 막 하는 게 아니라 품격과 격조 있게 해야 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또 문 의장은 “저는 ‘청와대 스피커’란 소리를 듣고도 참았다. 그런데 오늘 비슷한 말이 또 나왔다”며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반성하고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라고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