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선균은 “‘악질경찰’은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같은 악질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 이정범 감독이 5년 동안 준비한 영화이다. 이 감독은 “지난 2015년 단원고를 갔을 때 충격을 잊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언론 매체에서 다뤘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라며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연출 계기를 털어놓기도.
2년만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 이선균은 “치열하게 찍은 작품이라 기억이 많이 남고,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검열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았단 작품이 바로 ‘악질경찰’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얘기를 똑바로 잘하고 싶었던” 이 감독의 연출의도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은 우려를 표했다. 마케팅 하기 전에 세월호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아서 지난 언론 시사 후 취재진들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업영화 속에서 만나는 ‘세월호’ 이야기는 충격과 새로움을 던진다. 이에 대해 이선균은 “이런 논란은 예상했다. 상업영화에 세월호 소재가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이자 용기다. 감독님의 진심을 믿었기 때문에 선뜻 출연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다”는 이선균은 한예종 졸업작품 때 한차례 그와 작업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자 제 인생의 첫 감독이다. 감독님은 저에게 ‘연출과 감독이 배우에게 이런 영향을 줄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 분이다.”고 이야기했다.
‘악질경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조필호의 ‘참회’에 대한 영화이다. 하지만 악질 중의 악질 조필호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누군가를 만나 변해간다. 조필호 캐릭터를 위해 이선균은 혹독한 다이어트와 액션 스쿨에서 기본 액션기를 다지는 것은 물론, 이정범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조필호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는 등 철저하게 조필호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갔다.
이선균은 조필호의 ‘악의 기준점’으로 “자신보다 더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보호받지 못한 아이 ‘미나’가 미성숙한 어른 조필호로 인해 또 다른 선택을 할 때, 조필호의 감정의 낙폭은 곤두박질치게 된다.
“어찌보면 쓰레기고 죄책감이 없는 인물인데 나보다 더한 인물을 만나면 참지 못한다. ‘그래 나까진 봐주겠어’란 기준이 있지 않았을까. 악인들도 분명 그러한 기준이 있을것이고, 필호에게도 그런 기준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 점을 기준으로 정하고, 배우로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할 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어른들에 대한 성찰과 위로의 영화는 주인공 이선균에게도 진한 울림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이선균은 “후배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 보단,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좋다”며 영화가 함의하는 올바른 어른으로서의 자세를 돌아봤다.
한편 ‘악질경찰’은 오는 2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