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오르면 공시가격이 올라가고 보유세를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시가 인상은 국민 생활에 파급되는 영향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단순히 집값만 보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당장 공시가를 바탕으로 산정되는 건강보험료 수가가 오를 수밖에 없고 일부 저소득층은 집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연금 대상에서도 탈락할 수 있다. 은퇴자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이는 소비위축을 가져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 일로 부동산 거래절벽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맘때는 신학기 이사 등으로 활기를 띠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거래절벽으로 업계의 고통이 극심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하는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에도 못 미쳤다. 특히 이번에 보유세 부담이 커져도 집주인들은 ‘매도’보다는 ‘증여’를 택해 거래절벽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겠다면 부동산 거래의 숨통은 터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보유세는 약간 덜 내지만 취득세·양도세 등의 거래세는 훨씬 많이 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주요국 부동산세제 세입 비중’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1%에 비해 0.3%포인트 적지만 거래세는 무려 네 배나 많다. 현 정부는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1%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하면서도 거래세 인하로 부동산 경기 침체는 막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정부는 이제라도 거래세를 인하해 꽉 막힌 부동산시장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과도한 대출규제를 일정 부분 풀고, 보유세 인상이 전월세 등의 상승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