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국가 상징으로 탄생한 태극기의 기원과 의미, 구본웅·나혜석·이쾌대 등 대표적 화가들로 본 한국 근대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국제 학술회의가 미국 명문 UC버클리에서 열린다.
버클리대학교 한국학연구소는 ‘근대 한국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의 형상화:시각문화를 위한 트랜스내셔널 시각 정립’을 주제로 한 국제 컨퍼런스를 14일(이하 현지시간)과 15일 양일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김영나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조연설로 14일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이틀간 계속되는 학회에는 미국 게티연구센터 펠로우인 우정아 포항공대 교수, 뉴욕대 방문교수인 정연심 홍익대 교수 등 12명의 발표자와 4명의 토론자가 참여한다. 버클리대 한국학연구소장인 로라 넬슨 교수는 “뉴욕주립대 소속 변경희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학회는 구본웅, 이쾌대, 나혜석 등의 유명 미술가 뿐만 아니라 근대 복식과 태극기 등의 상징물, 백화점의 등장 같은 폭넓은 시각문화의 발전을 소개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근대기 시각문화를 주제로 저명한 해외 기관에서 국제 학술회의가 열리는 것은 드문 사례라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발제자로 참여하는 목수현 서울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은 대한제국의 국가 상징으로 만들어진 태극기의 기원과 근대기 한국에서 갖는 그 의미를 이야기한다. 화가 구본웅의 작품으로 본 한국의 전통과 근대성(이정실 캘리포니아주립대 플러튼캠퍼스 교수), 이쾌대를 통해 본 1920~30년대 한국미술에서의 토착화 한 모더니즘(정연심 홍익대 교수), 나혜석 등 근대기 신여성의 이상과 현실사이(김성림 다트머스대 교수) 등의 주제가 눈길을 끈다. ‘백의민족’이라 불리는 한국성에 대한 수정주의적 시각을 소개하는 레온 리버스 로욜라 메리마운트대학 교수, 모던한 남성복이 전통 복식과 공존하면서 어떻게 융합형 패션을 창출하게 됐는지를 살펴본 변경희 뉴욕대 교수, 일본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은 백화점의 등장을 시각문화와 연결지은 오윤정 계명대 교수 등 근대 한국미술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발표된다.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한국 근대칠기가 갖는 정체성을 분석한 주경미 충남대 교수의 연구와 식민지시대의 사진과 문화정치를 이야기하는 오혜리 인디애나대 교수, 고종황제의 초상 사진에 담긴 국가정체성을 파고든 권행가 성균관대 교수의 발표도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