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서울시 "복지포인트, 제로페이로" 산하공기업에 요구

23곳에 일제히 공문 발송

대법 통상임금 결론 기다려야

참여실적 가점 반영 등 가능해

경영평가 담당자 공문에 부담

서울시가 산하 공기업에 ‘복지포인트를 제로페이로 쓰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다수의 서울시 공기업은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임금 사용방법까지 시가 지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구나 관련 지시는 성과급 지급 기준이 되는 경영평가의 주관 부서인 공기업담당관 명의로 내려와 “제로페이를 쓰지 않으면 성과급도 깎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서울시 산하 기관에 따르면 서울시 공기업담당관실은 ‘제로페이 복지포인트 적용 가이드 및 협조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투자·출연기관 23곳에 일제 발송했다. 공기업담당관실은 경영평가 등 서울시 산하 기관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다. 공문에는 “복지포인트 배정 시 기관별로 제로페이 개별 의무배정 등을 적극 검토해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복지포인트는 직원이 교육·복지 등에 사용한 지출을 실비 처리해주는 제도다. ‘제로페이 복지포인트 적용방안’의 예시로는 현재 서울시 본청 및 사업소에서 적용하고 있는 안이 그대로 들어갔다. 현재 서울시 공무원들은 6급 이하의 경우 50포인트(1포인트=1,000원), 5급 100포인트, 4급 이상 200포인트의 복지포인트를 제로페이로 의무 사용하도록 돼 있다.

1615A21 서울시복지포인트제로페이사용압박



서울시의 ‘복지포인트 제로페이 사용’ 공문을 두고 서울교통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서울의료원 등 산하기관들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인지 여부를 두고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과 공기업 경영평가를 담당하는 공기업담당관실이 제로페이 사용을 압박했다는 점이다.


15일 서울의료원에 따르면 1노조는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관련 소송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으며 1심과 2심 모두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SH공사의 경우에도 관련 소송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으며 서울교통공사도 유사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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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되는지 여부로 두고 있으며 복지포인트는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한다. ‘복지포인트 제로페이 의무배정’이라는 내용의 공문이 ‘임금 자율 사용’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하기관의 관계자는 “내가 받은 임금을 자유롭게 쓰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지시를 내리려면 적어도 대법원 판결은 기다렸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아예 “공기업 노사가 제로페이 의무사용을 합의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광현 서울시 공기업담당관은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투자·출연기관들은 공문의 발송처가 경영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공기업담당관의 명의로 내려와 ‘제로페이가 성과급의 척도로 사용되는 것이냐’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공기업담당관은 매년 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산하기관 경영평가 기준을 만들며 그 결과에 따라 기관별로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산하기관 관계자는 “제로페이 실적을 감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점 요인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 담당관은 “경영평가에 반영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 담당관은 “투자·출연기관은 서울시 시책 차원에서 협조를 부탁한 것”이라며 “(압박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을 돕고자 하는 취지로 산하기관을 독려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논란에 대해) 고민을 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고 담당관은 “(공기업 노사에서 의무 사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다면) 시 정책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를 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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