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대선 개입 유탄 맞은 러 억만장자 “8조 잃었다…美재무부 소송”

올레그 데리파스카 루살 회장. /위키피디아올레그 데리파스카 루살 회장. /위키피디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억만장자가 자신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로 8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며 미 재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가 2016년 미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보복 조치의 일부로 러시아 개인과 기업에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세계적 알루미늄 회사인 루살의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은 17일(현지시간) 미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작년에 미 재무부가 자신에게 부과한 제재가 부당하다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안드레아 개키 해외자산통제국(OFAC) 국장을 상대로 미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무부 산하 OFAC가 자신을 러시아 정권과 유착관계에 있는 신흥재벌 ‘올리가르히’로 분류하고 자신의 과거 전력을 공개한 결정을 취소하게 해달라고 청구했다.


데리파스카는 미국 적대세력에 대한 통합제재법을 근거로 작년 4월 재무부의 제재 목록에 등재됐다. 루살 및 데리파스카가 최대 지분을 지닌 알루미늄 업체 En+도 함께 제재를 받았다. OFAC는 또 데리파스카에게 돈세탁, 경쟁 경영인들에 대한 생명위협, 정부관리 불법도청, 금품갈취뿐만 아니라 러시아 고위관리들을 대신해 활동한 혐의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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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파스카는 소장에서 “재무부의 불법 조치 때문에 재산과 명성, 생계가 초토화했다”고 반발했다. 그의 순자산은 현재 36억 달러(약 4조788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데리파스카는 제재 부과 이후 순자산의 81%인 75억 달러(약 8조4,975억원)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1월 루살과 En+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으나 데리파스카에 대한 개인 제재는 유지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정보를 유출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같은 선거개입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데리파스카는 “금융체계의 무기화는 마약 거래, 핵무기 확산의 경우에는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사법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기업인들에게 그런 수단과 도구를 쓰는 것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데리파스카의 소송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러시아 전문가인 티머시 애시는 “미국 재무부를 겨냥한 전략은 좋게 끝날 리가 없다”며 “그런 전략은 미국의 전체 제재체계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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