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대형 트럭 등 상용차의 친환경차 전환을 위한 전용 전동화 플랫폼을 개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상용차 수요 확대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 전략이다. 전동화 플랫폼은 현대차(005380)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등을 생산하는 기본 틀을 말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상용환경기술시스템개발팀’을 만들고 상용차 전용 전동화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상용 친환경 인력을 한곳에 모았으며 구체적으로 전동화 시스템의 배터리와 모터 등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지난 2017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기버스인 ‘일렉시티’를 공개했지만 아직 이를 위한 전용 플랫폼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상용 전기 및 수소전기차의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설됐다”며 “승용 전기차의 양산 기술을 확대 적용해 상용 친환경차의 실용화와 보급 확산에 필요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상용차 전용 전동화 플랫폼을 개발하려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 등 친환경성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오래된 경유 트럭이 지목되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가 자동차의 친환경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현재 디젤 중심의 내연기관 상용차는 앞으로 설 땅이 더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승용차와 소형 상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2025년 15% 감축하고 3.5톤 이하 상용차의 배출량도 강화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합의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상용차 규모는 2017년 기준 2,476만대(소형 트럭 등 포함)에 달한다. 2016년 생산량은 3,400만대를 넘었다. 승용차가 연간 7,000만대 안팎으로 생산되는 것을 고려하면 25% 안팎의 비중을 차지한다. 대형 상용차의 경우 승용차보다 월등히 비싼 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독일의 폭스바겐그룹은 2017년 트럭과 버스를 포함한 상용차 부문도 전동화 및 자율주행·커넥티드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을 적용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어 올해는 미국의 포드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인 만(MAN)은 지난해 하노버국제상용차박람회에서 전기트럭인 eTGM과 100% 전기 구동형 시내버스 프로토타입을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으며 볼보 역시 전동화 트럭인 베라를 공개하기도 했다.
올 초 현대차가 상용차 디자인을 전담하는 ‘현대 상용디자인실’을 신설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존 상용차디자인팀만 있었지만 이를 격상시켜 ‘실’로 두고 그 아래 ‘현대디자인팀’과 ‘현대 상용선행디자인팀’을 배치했다. 이 조직 역시 현재 내연기관뿐 아니라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상용차 디자인 역량을 강화해 상품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나 인도의 상용차 업체들이 전기버스 생산에 주력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경쟁이 어려울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시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대뿐 아니라 글로벌 업체들도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