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성폭행·마약으로 얼룩진 강남 클럽 ‘버닝썬’에 이어 서울 이태원 일대 유명 클럽들에서도 폭행 논란이 발생해 유흥 목적의 클럽이 무법지대가 돼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수 승리의 버닝썬 관련 의혹이 커진 상황 속에서도 이태원 힙합클럽 ‘케이크샵’은 손님들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나 클럽 측이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다. 사법당국이 기간을 정해 집중 순찰하는 일명 ‘크랙다운(crack down)’ 방식의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태원 클럽 ‘케이크샵’에서 가해자 A씨로부터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는 등 폭행당한 피해자 B씨는 사건 발생 당시 클럽 측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B씨는 클럽에 함께 있던 지인이 술에 취하자 밖으로 같이 나오는 과정에서 A씨가 시비를 걸며 욕설을 한 뒤 결국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폭행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클럽 측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 수 없다”며 무마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B씨는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할 당시 케이크샵 직원 2명이 현장을 목격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결국 B씨는 폭행당한 뒤 경찰에 신고해 먼저 진술을 했다. 현재 경찰이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결과에 따라 클럽 측의 책임이 규명될 경우 후폭풍도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일대 폭행신고 접수 건수는 하루 평균 10건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케이크샵 외) 이태원 한 클럽의 경우 하루도 안 빼고 매일 폭행이나 성추행 사건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클럽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4년간 용산구 일대 폭력범 검거는 7,368건에 달했다. 버닝썬을 비롯한 유명 클럽들이 포진한 강남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강남구에서 검거된 폭력범은 같은 기간 1만4,217건으로 용산구보다 두 배나 많았다. 클럽이 주로 모여 있는 홍대 등 마포구도 같은 기간 9,404건으로 1만건에 육박했다. 강남 일대 유명 클럽들이 있는 구역을 관할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클럽 아레나와 옥타곤에서 사건이 많았다”며 “낮에는 대략 10~15회 출동하는데 (클럽들이 문을 여는) 야간에는 그보다 두 배 이상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경찰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석 달 동안 전국의 마약 수사관 1,000여명을 동원해 마약 범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더 만연하게 벌어지는 일반 폭행 및 성추행에 대해서는 추가적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마약사범 검거 건수를 보면 강남구 617명을 포함해 마포구 302명, 용산구 237명에 달해 폭력범과 큰 차이를 보였다.
심야까지 유흥 영업이 이어지는 전반적인 클럽 문화의 성격상 버닝썬과 아레나 등 문제가 불거진 곳 외에도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클럽이 모인 일대에 범죄율이 높은 만큼 경찰인력을 비례해 투입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우선 기간을 정해 집중 순찰을 도는 ‘크랙다운’ 방식을 통해 일시적으로 치안을 강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구민·서종갑·이희조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