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았던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대형 M&A 시도 계획을 공식화 했다.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이 1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5세대 이동통신(5G)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경쟁력 있는 업체를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안팎으로 높아지기 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은 M&A 가능성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지속 성장을 위한 내적 역량 활용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시도의 가능성을 위해 M&A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M&A를 추진 중인 구체적인 분야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고동진 IM부문장(사장)은 “IM부문에서도 5G 관련 M&A를 진행하고 있는 게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메모리 반도체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매각이 추진 중인 ‘글로벌 파운드리’, ‘NXP’의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글로벌 파운드리는 기술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인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NXP 인수설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NXP 인수설과 관련해서 삼성전자가 직접 해명한 것을 보면 그간 심도 있게 검토를 했다가 최종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미국의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자일링스(Xilinx)도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TV와 스마트폰 관련 사업 전략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고동진 IM부문 사장 올해 최근 존재감이 사라진 중국에서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고 조직·사람·유통 채널 모든 걸 다 바꿨다”며 “최근 출시한 갤럭시 S10 시리즈, 플래그십 모델과 갤럭시 A시리즈에 대한 반응이 좋아 올해 중국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1월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이스유니버스에 따르면 2019년 10주차(3월 4일~10일) 점유율은 3.6%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스유니버스는 “갤럭시S10 성공 덕분에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향후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표 가전인 TV 사업에서는 프리미엄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점유율 유지에도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김현석 CE부문 사장은 “그동안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75인치 이상 대형은 70% 가까이 시장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지만 중국 TV 업체들이 작은 사이즈 중심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어 방관하지 않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TV 시장 점유율은 18.7%로 2011년 이후 7년 만에 20%를 밑돌았다. 특히 TV 사업과 관련해 ‘초대형은 삼성’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8K, QLED, 초대형,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확대해 프리미엄 TV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면서 “초대형 TV는 기존 75인치와 82인치에서 98인치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QLED TV 라인업의 절반을 초대형으로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연기금의 반대로 논란이 됐던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했다.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와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박재완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 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총 진행 방식에 화가 난 주주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액면 분할을 하면서 주주가 5배 가까이 크게 늘었지만 장소가 협소해 주주들이 길에서 긴 시간을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이날 공식 사과문을 내고 “큰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장소와 운영방식 등 모든 면에서 보다 철저히 준비해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주주는 사외이사 선임 배경과 주총 진행 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만 하더라도 각 사업 부문장들이 상정 안건 처리 전 단상에 올라와 경영 현황을 설명하고 주주들로부터 일일이 질문을 받는 등 소통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불과 1년 만에 주주들을 푸대접한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