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한 당내 이견을 좁히고자 연 바른미래당 긴급 의원총회가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바른미래당은 4시간에 걸친 ‘마라톤 논쟁’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했다. 일부 의원들이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며 회의 도중 퇴장한 터라 정치계 일각에서는 당내 ‘내홍’만 격화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0일 의원총회 후 브리핑에서 “최종 협상안이 도출되면 다시 의총을 열어 최종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며 “공수처법에 대한 당론을 정한 후 이를 관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론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원외 지도부 인사 등 총 29명 가운데 24명이 참석해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바른정당·국민의당계 의원들이 각각 찬반 의견을 고수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여야 4당이 공조하는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참여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바른정당 출신을 중심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자체나 패스트트랙에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논쟁이 바른미래당 내홍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의원총회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이른바 ‘한지붕 두 개당’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는 의원총회 중도 이탈 현상은 물론 이들이 밝힌 발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승민·이혜훈·이태규·김중로·이언주 의원 등은 의원총회 도중 자리를 떠났다. 특히 유 의원은 퇴장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과 국회법은 과거에 지금보다 다수당 횡포가 심할 때에도 숫자의 횡포로 결정한 적이 없다”며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은 끝까지 최종 합의를 통해 (결정)한 게 오랜 국회 전통”이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바른미래당이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두고 뜻을 모으지 못할 경우 결국 ‘도미노 탈당’이나 ‘당 와해’라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나타난 바른정당·국민의당계 사이의 극명한 의견 차는 곧 가장 큰 당내 위험요소”라며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격해지면서 앞으로 있을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극에 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