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北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 北 "韓정부, 경협 이행하라" 강수

北 "南은 당사자…제 역할해야"

남북대화 추진하던 靑 최대 난관

정의용 안보실장 만난 앤드루 김

"北 비핵화, 한국이 설득나서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 철수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 철수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를 통보한 것은 한국 정부가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빅딜’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누그러뜨리라는 뜻이다. 또 미국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첫 대북제재를 발표한 가운데 이에 대한 ‘맞불’ 성격도 있으며 한국을 통해 미국의 제재 강화 움직임을 저지하려는 노림수도 담겨 있다. 아울러 미국의 눈치만 보지 말고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협력 등을 자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직접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2일 “한국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고 강수를 둔 것”이라며 “미국과의 문제를 풀기 위해 남북관계를 희생시켰다”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미국에 휘둘린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북미협상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외교부의 올해 업무계획을 언급하며 “남조선 당국은 말로는 북남선언 이행을 떠들면서도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북한의 대미 강경 메시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최근 주요국 공관장을 평양에 불러들이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대외정책의 전환을 모색하는 징후일 수 있다. 조만간 강경한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이를 통해 미국의 요구 수준을 낮추려 할 수 있지만 미국이 단계적 접근이나 핵심 대북제재 해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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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전하며 북한이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해왔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보면 이번에는 남북 간 대화의 차례가 아닌가 보인다”며 남북대화를 추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연내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4월 안에 한강 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 및 공동유해발굴 추진 등을 계획했는데 이 같은 방침도 남북대화 창구가 사라진 마당에 빛이 바래게 됐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대북특사 파견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요원해졌다.

신 센터장은 “일단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후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한국이 바라보는 비핵화의 개념이 다른 데서 문제가 시작됐으므로 비핵화에 대한 개념 확인 등 땅바닥을 다지는 것부터 재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 실무자였던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센터장은 “한국이 북한 비핵화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정 실장과 김 전 센터장 면담에 대해 “국가안보실은 일상적으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다”며 회동을 사실상 확인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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