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주주들, 엘리엇의 '독이든 성배' 외면…정의선 그룹 장악력 커져

현대차 주총서 엘리엇에 압승

현대글로비스·모비스 분할·합병 속도낼듯

정의선 "모비스, 판 바꾸는 게임체인저 기대"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노르웨이에 있는 신임 외국인 사외이사와 화상으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노르웨이에 있는 신임 외국인 사외이사와 화상으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사장이 의사봉을 내려치고 있다./권욱기자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 사장이 의사봉을 내려치고 있다./권욱기자


22일 열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는 회사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과도한 수준의 배당을 요구하면서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의 주주로부터 외면받았다. 주주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엘리엇의 제안보다는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엘리엇이 현대차에 요구한 배당 총액은 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 1조6,45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이날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주총은 현대차의 완승으로 끝났다. 먼저 현대차 주주들은 회사 측이 제안한 보통주 1주당 3,000원 배당안을 86%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엘리엇은 회사 측 배당안보다 7배나 많은 주당 2만1,967원 배당을 제안했지만 13.6%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무산됐다. 사외이사도 회사 측이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 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털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가 각각 90.6%, 82.5%, 77.3%의 압도적인 지지로 선임됐다.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회사 측이 제안한 보통주 1주당 4,000원, 우선주 1주당 4,050원 배당안이 85.9%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사 수를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자는 엘리엇의 제안은 부결됐고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2명도 모두 탈락했다.



엘리엇 측 대표가 이날 현대차 주총장에서 “현대차와 엘리엇의 대결이 아니라 주주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주들에게 호소했지만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한 주주는 엘리엇의 배당안에 대해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주총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정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현대모비스는 정 회장, 정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 3인 각자 대표이사 체계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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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새로 합류한 사외이사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가 시장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은 데 이어 이번에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실질적인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특히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룹에 대한 장악력도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재계의 관심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가 엘리엇에 완승을 거둠에 따라 현대차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의 커다란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반대하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결국 지난해 5월 이 계획을 접어야 했다. 당시 시장 및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현대차그룹은 이후 주주 및 투자자들과의 소통에 주력했고 이번 주총에서 80%가 넘는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주총 결과를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번 주총에서 확인한 주주들의 지지는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할 경우 현대차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다만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적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박시진기자 jylee@sedaily.com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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