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구라는 영역에 처음 발을 딛게 된 것은 20년도 넘은 일입니다.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이할 때쯤 한 유통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으로 고객 집에 가구 조립 배송 서비스를 한 것이 첫 인연입니다. 처음의 좋은 기억이 20년이 넘은 지금 제가 가구 일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흔히들 ‘가구=나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가구와 연관된 일을 한다고 흔히들 나무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많이 생각들을 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되돌아볼 때 나무보다는 MDF, 파티클보드(PB), 합판(플라이우드)에 더 익숙합니다. 나무라고 해도 고무나무나 소나무, 자작나무의 집성목, 보드(나무 조각을 모아 크게 가공한 자재), 그리고 결이 좋은 무늬를 표면에 부착한 무늬목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저는 나무를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무를 잘 모르는구나’라는 인식이 저를 나무를 공부하게 하는 길로 이끌었습니다. ‘나무를 어떻게 잘 알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 던진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이 ‘기대보다 더 재밌구나’라는 느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기억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작은 마음에서 글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나무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자재가 좋고 혹은 좋지 않고, 더 귀하고 덜 귀하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자재는 현대의 가구와 인테리어에 꼭 필요한 품질과 기능 등의 확고한 영역을 감당하고 있고 각각의 이로움이 있습니다. 물론 장단점도 있구요.
그리하여 첫 번째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나무경매’ 입니다.
나무경매라니, 좀 생소하시죠?
나무경매란 나무와 관련된 여러 공방 사장님들은 물론 목재 도소매업 사장님들, 작가분들, 개별 구매자분들이 모두 모여 만들어가는 이른바 ‘작은 나무 잔치’입니다. 제가 소속돼 있는 ‘죽산목공소’에서 분기별로 진행하는 행사인데, 올해 첫 행사는 때마침 봄날을 맞아 이달 셋째 주 토요일(23일) 열립니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방초리 971-4에서 열리는 행사에 오신다면 1만여 평의 부지에 수 많은 나무들이 꽉 들어찬 장관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목재를 구입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으로 꼼꼼히 확인한 후 구매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보겠습니다. 나무 경매행사는 크게 ‘목재 문화행사’와 ‘목재 경매행사’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먼저 목재문화행사는 역시 제가 소속돼 나무를 공부하는 우드아카데미와 교류하는 작가님들의 재능 기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함께 나무를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나무와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런 배움의 기회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 생각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는 여러 주제의 특강이나 목재공예의 참여, 작품 경매(경매수익금은 기부금으로 활용) 등의 행사를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우드 버닝 공예(김수경 선생님) △크리스탈레진 소품만들기(크리스탈레진)△우드 도마 만들기(엣홈) △펜 만들기 △목재 안전 교육 △숟가락·젓가락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23일 중식 전에 운영될 예정이고, 공간이 제한돼 있어 선착순으로 참가 신청을 받습니다. 함께하는 작가분들의 기증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깜짝 이벤트로 진행할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목재 경매행사는 토요일 오후부터 진행됩니다. 여러 수종의 목재가 용도별로 전개된 모습을 보시면 바로 그 규모에 압도되고 마치 숲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 좋은 경험을 하실 겁니다. 제각각의 모양의 나무와 다양한 무늬결(목리), 질감들을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흔히 만나볼 수 없는 체험의 장이 되리라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이 같은 나무 경매행사는 규모는 매번 달라지지만 매 분기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나무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오셔서 함께 먹고 즐기고 나무도 보는 자리였지만 참여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며 규모와 내용이 더욱더 알차고 깊어지는 행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름만 알던 느티나무나 월넛, 오크, 참죽 등의 나무를 보고 수종을 알아 맞추는 시간을 가지신다거나 나무의 모양만 보고 도마가 될지 테이블이 될지, 의자가 될지를 머리 속에 그려보시는 경험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목재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우리 곁으로 찾아올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색다른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따뜻한 봄날, 나만의 나무를 만나보는 멋진 행사에 참여해보시길 마음을 다해 권해 봅니다.
■최정석은
나무를 사랑하는 20년 경력의 가구장이다.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기업인 ‘스튜디오삼익’의 대표이사이자 나무 애호가들 사이 명성 높은 ‘죽산목공소’와 ‘우드아카데미’의 마케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