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실이 확보한 명단에 따르면 KT가 ‘KT 경영고문’으로 위촉한 인사들은 정치권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 등이다. 이 의원실은 “이들의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 원에 이른다”며 “이들은 KT 퇴직 임원이 맡는 고문과는 다른 외부 인사로 그동안 자문역, 연구위원, 연구조사역 등 다양한 명칭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이번 명단 공개로 실체가 더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명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친박 실세로 꼽히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은 3명이나 위촉됐다. 이들은 각각 홍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을 지냈다. 위촉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이었다.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한 남 모씨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냈다. 17대 국회 과방위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원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매월 517만원을 받고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활동한 이 모씨는 경기도지사 경제정책특보 경력을 발판으로 KT에 영입됐다. 정치권 출신 고문들은 매달 약 500만~8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군 공무원 출신 고문들은 정부 사업 수주에 동원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실은 “2016년 KT가 수주한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 경영고문 남모씨가 등장한다”며 “국방부 사업 심사위원장은 남 모씨가 거쳐간 지휘통신참모부 간부였다. 이때문에 당시에도 KT가 남 모씨를 내세워 750억원짜리 사업을 수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남 고문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 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예비역 소장 출신이다.
KT와 직접적 업무관련성이 있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출신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이들은 2015년 <긴급 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 사업>을 비롯한 정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경찰 출신 고문은 사정·수사당국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IO(외근정보관) 등 ‘정보통’들로 선별 됐다.
이 의원실은 “KT는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KT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조차 이들의 신원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업무였던 셈”이라며 “실제 경영고문이 집중적으로 위촉된 2015년 전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 민감 현안이 많았을 때”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실은 황 회장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에 비춰 업무상 배임 및 제3자 뇌물교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