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지난주 증시는 연준의 연중 금리 동결 방침 시사에도 중국과의 무역협상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큰 변동성을 보인 끝에 하락했다.
지난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한 주간 1.34% 하락한 25,502.3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77% 내린 2,800.7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6% 하락한 7,642.67에 장을 마감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정책 완화 기대감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낙관론에 주 초반 주가는 전 주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0월 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마감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현재 진행 중인 양국 무역협상에서 미국의요구에 반발해 일부 제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이후 연준이 올해 금리를 동결하고 자산축소도 오는 9월 조기 종료하겠다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정책 발표를 했지만 경기 둔화 우려와 무역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주 후반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등 경기침체 공포가 급부상하며 하락세로 지난 주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한 주간 14.8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번 주 30년물은 12.7bp,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은 11.4bp 떨어졌다.
특히 지난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2.42%까지 떨어지며 2.46%까지 치솟은 3개월물을 밑돌다가 3개월물과 같은 2.459%로 거래를 마쳤다. ‘벤치마크’로 꼽히는 10년물과 3개월물 수익률이 역전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10여년 만에 ‘경기침체 전조’로 알려진 현상이 나타나자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통상 만기가 긴 장기채권 수익률이 높게 마련인데 단기채보다 수익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미래 투자자금 수요 감소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금리 역전 후 1~2년 내 경기침체가 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미 국채시장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경기 후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국채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연준의 비둘기파적인 메시지에 압도되면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최근 레인지 하단인 2.60%를 뚫고 내려와 1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지난주 달러지수는 소폭 상승세로 마감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지난주 0.06% 상승했다. 지난 주 달러 인덱스는 비둘기파적인 연준의 3월 정책 회의 직후 6주래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막판 소폭 상승으로 회복했다. 유럽 경제지표 부진에 따라 유로 지역 침체 공포가 커지며 유로화 약세가 두드러졌고, 달러는 이 영향으로 상승했다.
최근 9거래일 가운데 달러 인덱스가 8거래일 하락할 정도로 낙폭이 과도했던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고용, 제조업, 경기지표 등이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아 달러 상승에 힘을 실었다.
템퍼스의 주안 페레즈 선임 외환 트레이더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이후 유로가 큰 폭 하락했던 것처럼 연준 회의 이후 달러가 하락한 것은 이해가 된다”며 “연준 영향은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원유시장
지난주 원유 가격은 혼조세를 보였다. 산유국들의 감산 의지가 재확인되고, 미국의 원유재고가 급감하면서 국제유가는 주중 강세를 보였지만 주 후반 가격 부담에 상승폭을 줄였다.
지난 22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59.98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한 주간 0.89% 올랐다.
다만 브렌트유는 한 주간 0.19% 하락했다.
주중 석유 공급과잉 우려가 일부 완화되면서 WTI 선물가격이 6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원유가격이 4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WTI는 배럴당 60.1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12일 배럴당 60.89달러를 기록한 이후 4개월여만의 최고이자 60달러 선 회복이다.
하지만 주 후반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소폭 하락 압력을 받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국제유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주간전망(25~29일)
이번 주 뉴욕증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주요 경제지표 결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이 내놓을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올해 금리를 동결하고 자산축소도 오는 9월 조기 종료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책 방향에 대한 언급보다는 경기 진단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간 고위급 무역협상이 재개되는 점도 변수다.
이번 주는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와 1월 개인소비지출(PCE) 등의 주요 지표가 대기 중이다. 또 주택시장 관련 지표도 상당수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4분기 성장률 확정치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2.4%로 앞서나온 속보치 2.6%보다 낮다.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진다면 증시도 부정적인 흐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은 오는 28~29일 베이징을 찾아 고위급 회담을 재개하지만 미국이 무역협상 타결 이후에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협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상황이다.
고위급 협상단이 이런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투자 심리가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
또 로버트 뮬러 특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법무장관에 제출한 만큼 내용에 따라 미국 내 정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