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에너지 믹스 이대로 좋은가] 태양광 中에 눌리고 풍력 유럽에 치여…LNG발전은 전량 수입

<하>해법 못찾는 에너지 종속

값싼 중국산 태양광 공습·풍력은 1위와 실적 200배 差

LNG 연료·핵심부품 외국산 독무대…유지비만 8조 달해

"토종기업 경쟁력 부족…신재생 정책 외국기업만 배불려"







글로벌 태양광 모듈 출고량 1위 기업인 중국 진코솔라는 올해 한국 시장 판매 목표량을 400메가와트(MW)로 잡았다. 올해 한국의 예상 태양광 설치량(2GW)의 20%를 독식하겠다는 과감한 목표다. 우려스러운 건 진코솔라의 목표가 터무니 없는 허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전남 해남 솔라시도의 98메가와트(MW) 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영암의 100MW 태양광 프로젝트에서 진코솔라 등 중국산 제품의 설치가 유력하다. 진코솔라는 지난해 말 서울역과 강남역 일대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 또 다른 중국 태양광 업체인 라이센에너지는 그동안 중국 기업들의 약점으로 꼽혔던 에프터서비스(AS) 역량까지 끌어올리며 한국의 성장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비중을 확대하는 ‘에너지 믹스(에너지원 다양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완비되지 않아 외국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우선 태양광 산업은 값싼 중국산의 공세에 생태계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국내 태양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전지)-태양광 모듈(패널)’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 체인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한국 에너지 전환 정책의 수혜는 모두 중국이 가져가고, 나중에는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벌써 국내 웨이퍼 생산 업체는 웅진에너지 단 한 곳만 남았고, 폴리실리콘 업체 3곳 중 1곳(한국실리콘)은 지난해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정부가 4월 초 ‘재생에너지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통상 분쟁 우려로 화끈한 지원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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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산업은 외국 기업과의 격차가 너무 커 한국 기업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수준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세계 풍력발전기 업체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스페인에 본사를 둔 지멘스 가메사가 1위,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2위를 차지했다. 이 업체들의 한 해 풍력 공급 실적은 각각 원전 1기분(1GW)에 맞먹는 8,000MW를 육박한다. 글로벌 톱10 기업에 한국 기업은 없다. 한국의 경우 유니슨과 두산중공업, 한진산업, 효성이 풍력발전 4대 업체로 꼽하지만 이들의 2017년 전체 공급실적은 총 47.3MW에 불과하다. 지멘스 가메사 실적의 200배 작은 규모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풍력발전 시설이 들어와도 대부분 수입 제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나마 매년 어느 정도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유니슨도 단가 문제로 핵심 부품인 블레이드를 중국산으로 사용한다.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가 확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역시 연료는 물론 핵심 부품인 가스터빈까지 모두 외국산의 독무대다. 특히 가스터빈 안에서도 핵심 부품인 블레이드는 소모품이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모두 외국산인데다 가격이 비싸 유지비용이 상당하다. 과거 25년간의 유지비용만 8조원이 넘는다. 다른 회사 제품과 호환도 어려워 한 번 외국 기업의 제품을 쓰게 되면 종속될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LNG발전은 연료 역시 모두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연료비가 오를 때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버티기 힘든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쪽으로 쏠려 있는 에너지 믹스 전략이 지속될 경우 에너지 자립도가 떨어져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지금 이대로라면 에너지를 볼모로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며 “한국처럼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는 다양한 에너지원 포트폴리오를 확보해놓고 있어야 상황에 따른 대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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