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수천억 청구서 날아들라" 온실가스 과징금에 속타는 완성차

산업특성상 단번엔 감축 불가능

디젤·가솔린모델 뿐인 쌍용차

예상 금액만 수백억대 달할듯

"현실 알지만 기준완화는 어려워"

관련 부처들은 '강 건너 불구경'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에 온실가스 리스크까지 덮쳤다. 정부가 내년도 강화된 온실가스 기준을 내걸고 위반 시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엄포한 상황이다. 만성 적자기업에도 예외 없이 수백억대 과징금이 예고된 터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내년도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맞추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내년까지 전체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비를 각각 97g/㎞, 24.3㎞/ℓ로 높일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는 온실가스나 연비 기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지켜야 하며 달성하지 못할 때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서는 판매 모델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높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쌍용차는 경유와 가솔린 모델밖에 없고 일러야 내년 말 전기차 모델을 하나 추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트폴리오 변동이 사실상 없어 과징금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전체 판매 대수에 비례해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쌍용차의 지난해 판매 실적을 환경부가 고시한 과징금 산출 방식에 대입해보면 과징금 규모만 1,000억원을 웃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정부가 과징금의 한도를 매출액의 1%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실제 과징금은 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과징금 유예기간(3년) 동안 친환경차를 늘리면 과징금을 낮출 수 있다”며 “기간 내 신차 출시를 통해 과징금 규모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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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부과되는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모델을 신속히 추가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대표가 3∼4년에 걸쳐 1조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신차 개발에는 통상 2년 이상이 걸린다. 당장 신차 개발에 착수한다고 해도 과징금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쌍용차는 2017년 영업손실 653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642억원을 나타내는 등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이후 누적 적자액은 1조원이 넘는다. 쌍용차가 이번 규제로 더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실가스 규제에 시름하는 것은 쌍용차만은 아니다. 기아차 등 가솔린·디젤 모델을 주력하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온실가스 배출 평균치가 120g/㎞ 수준인 만큼 총 과징금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의 부담은 부품사에 고스란히 전이된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가 기침하면 부품사는 폐렴에 걸린다”며 “정부가 부품 업체를 살리겠다며 돈을 줘놓고 완성차를 흔드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규제를 도입했던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럽 등에서 온실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 자동차 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규제”라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듣고 있지만 환경 이슈가 민감한 상황이어서 섣불리 규제 수준을 낮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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