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원에 이르는 고용노동부 기금운용사 선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지난 4년간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을 운용해온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이 각각 전담 운용사 지위를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28일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 전담자산운용기관으로 한투증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 27일부터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고용·산재보험기금 전담 운용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실시했다. 지금까지 고용보험기금은 한투증권이, 산재보험기금은 삼성운용이 주간운용사를 맡아 지난 4년간 자금을 운용해왔다. 계약기간이 오는 6월 말 종료됨에 따라 재선정 절차가 진행됐다. 전날 열린 자산운용사 경쟁에서는 삼성운용이, 이날은 한투증권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산재보험기금과 고용보험기금은 각각 10조원, 18조원 수준이다.
이날 PT에는 각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해 총력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한투증권의 정일문 사장을 비롯해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공동대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이 참석했다. 신한금투의 경우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고용부 수탁은행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격 미달 위험이 있었지만 고용부가 최종적으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경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고용부는 앞서 9개사로부터 정량평가서를 제출받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상위 4개사씩 총 8곳을 추렸다. 교수·변호사·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진행해 기술평가 90%, 가격평가 10%를 종합해 최종 운용기관을 선정했다.
이번 경쟁에서는 NH투자증권과 한투증권의 경쟁이 특히 뜨거웠다. 한투증권은 4년간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기관 지위를 지난해 6월 NH투자증권에 내주고 자존심 회복을 별렀다. 이번에도 지위를 뺏기면 전담자산운용제도(OCIO) 시장에서의 위상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한국투자금융지주 차원에서 총력전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번 경쟁이 정성평가 비중이 월등히 높아 평가위원회의 주관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지주 차원에서 각종 학회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물밑 작업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역시 국토부 기금 선정을 앞세워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관련 전담 본부를 신설한 후 ‘OCIO 스쿨’까지 만들어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공적자금 전담운용사로 선정되면 향후 OCIO 시장을 주도할 수 있어 회사마다 전력투구에 나선다”며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경우 OCIO 시장은 수년 안에 1,000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두 회사의 위탁계약 기간은 올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