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日샐러리맨 성공신화' 쓰고 명예롭게 은퇴한 히라이 소니 회장

히라이 가즈오(왼쪽) 소니 회장.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히라이 가즈오(왼쪽) 소니 회장.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



“소니라는 회사가 더 빛나게 하는 체제가 갖춰졌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이제 35년간 지낸 소니 그룹에서 졸업합니다.”

일본 전자왕국 소니의 재건을 이끌었던 샐러리맨 출신 히라이 가즈오(58) 소니 회장이 오는 6월 소니를 떠나겠다며 28일 이같이 밝혔다. 그는 6월 18일부로 회장직에서 퇴임하고 비상근 고문(시니어 어드바이서)을 맡을 예정이다.


히라이 회장은 우리에게 일본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로 유명하다. 그가 지난 2017년도에 받은 연봉은 일본 내 상장사 임원 보수 중 최고액인 27억엔(약 277억원)이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그도 첫 시작은 평범한 사원이었다. 히라이 회장은 일본 도쿄의 국제기독교대학을 졸업한 후 소니 뮤직의 전신인 CBS레코드에 입사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경험을 쌓은 그는 이후 소니뮤직의 국제업무 부서장을 맡으며 미국에서 소니뮤직 내 일본 아티스트들의 마케팅을 이끌었다.

히라이 회장이 소니 내에서 입지를 다지게 된 계기는 1995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미국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당시 그는 차세대 게임기 발매 준비를 담당했는데 2000년 미국에서 발매한 플레이스테이션2가 성공을 거두자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7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부사장에 임명된 지 4개월 만에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선임됐고 2012년 4월에는 소니 역사상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며 소니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왕관의 무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당시 소니는 2000년대 초반 급격한 디지털화로 몰락의 길을 걷자 그룹 최초로 2005년 외국인 CEO 하워드 스트링거를 임명했지만, 그 역시 엄청난 영업손실과 조직 간의 갈등 만을 남기고 떠난 직후였기 때문이다. 스트링거 CEO는 소니의 근간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전자산업에서의 연구개발을 등한시하고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제품 경쟁력은 약해졌고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후발주자에게 전자기기 시장 점유율을 뺏기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소니 그룹이 무너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이 때 적임자로 선택된 사람이 히라이였던 것이다.



그는 지휘봉을 잡자마자 소니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적자 사업부 정리에 나섰다. 먼저 ‘바이오(VAIO)’ 브랜드로 대중에 잘 알려진 PC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저렴한 중국산 노트북과 가격 경쟁에서 밀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소니의 TV 브랜드인 ‘브라비아TV’ 사업을 대폭 축소시킨 뒤 ‘소니 비주얼 프로덕트’란 이름의 자회사로 분사시켰다. 2015년엔 소니의 대표 상품이던 ‘워크맨’의 오디오·비디오 사업 부문까지 분사시켰다. 소니의 전통 사업이라 할지라도 수익을 못 내면 칼같이 정리한 것이다.



대신 히라이 회장은 소니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집중 투자했다. 디지털카메라의 핵심 부품인 이미지 센서, 음향기기, 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의 활황 덕분에 소니의 카메라 이미지센서 사업은 큰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런 사이에 소니의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됐다. 히라이 회장 취임 전인 2011년 673억 엔(약 6,900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소니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7,300억 엔(약 7조4,900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2017년에는 8조5,540억엔(약 87조9,000억 원)이라는 소니 20년래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 소니는 분식회계, 수익성 악화 등으로 무너진 전자왕국 일본에서 본받아야 할 모범사례가 되었다. 도시바, 샤프 등 한때 소니보다 거대했던 일본 기업들은 결국 막대한 적자와 분식회계만을 남기고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반면 소니는 히라이 회장의 지휘 아래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반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앞서 히라이 회장은 CEO로 취임한 후 진행한 첫 콘퍼런스에서 기업의 슬로건을 “감동이 됩니다(BE MOVED)”로 정했다. 또 성장전략을 기업의 단일화와 집중을 의미하는 ‘하나의 소니(ONE SONY)’를 내세웠다. 묵묵히 내실을 다지며 소니의 재건을 이끌어낸 그가 오는 6월이면 소니를 떠난다. 과연 소니가 그의 업적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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