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육현장에 '바짓바람'..아버지회가 뜬다

반포초 학부모회장 2년 연속 남성

캠핑 등 함께하며 자녀와 소통 적극

당국도 예산지원 등 조례안 발의

수원천일초등학교 아버지회 주최로 열린 캠핑에 참석한 아이들이 캠프파이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수원천일초등학교 아버지회 주최로 열린 캠핑에 참석한 아이들이 캠프파이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새 학기를 맞아 교육현장에 아버지발 ‘바짓바람’이 불고 있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들이 학교 학부모회 회장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아버지회 신설까지 추진하고 있다. 교육당국도 관련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어서 어머니보다 더 활발히 교육현장을 누비는 아버지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반포초등학교에서 2년 연속 남성 학부모회 회장이 탄생했다. 통상 어머니 중심으로 학부모회가 보통 운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속으로 아버지 학부모회장이 탄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 이 학교 한 학부모는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아버지들이 늘어나고 임원 자리에 참석 의사를 표시하는 일도 많아졌다”며 “자녀를 전학시킬 경우 미리 연락해와 학교에 대해 물어보고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아버지들까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서울문백초등학교 아버지회가 주최한 산행대회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교류하며 등산을 하고 있다./자료=서울시교육청서울문백초등학교 아버지회가 주최한 산행대회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교류하며 등산을 하고 있다./자료=서울시교육청


아버지들의 바짓바람은 지방에 위치한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교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대전에 위치한 산내초등학교는 올해 학기를 시작하면서 지난 23일 사전 모임을 하는 등 아버지회를 신설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에 학부모회가 있었지만 어머니들만 주로 참석해 아버지들의 모임을 따로 만들게 된 것이다. 세종에 위치한 혁신학교 소담초등학교의 경우도 아버지회 회원이 200명을 넘기는 등 지역 초등학교의 아버지들 열기도 뜨겁다. 청소년이 된 자녀들에 대한 아버지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버지회는 중고교로도 급속히 번져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세화여중 아버지회는 올해 창립 3주년을 맞았다. 서울지역 한 학부모는 “청소년이 된 자녀와 소통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들이 아버지회에 주로 가입한다”며 “매년 회원수가 증가하는 추세다”고 했다.


학교에서 아버지들의 모임이 확산되는 것은 과거와 달리 아버지들이 자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많아지면서 같은 학교의 부모들과의 교류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회는 자녀들과의 캠핑이나, 봉사활동, 운동회 등 기존에 학부모회에서 하지 않았던 활동을 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녀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 같은 학교 부모들의 교류가 자연스레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아버지회에 가입했다는 서울의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아들과 소통이 줄어드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아버지회에 들었다”며 “아저씨들끼리 모여서 술이나 마시는 모임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이 많아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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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나타나는 아버지들의 바짓바람에 교육 당국도 환영을 내비쳤다. 긍정적 효과가 확산될 수 있게 지원책 마련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시의회에서는 아버지회에 대한 교육감의 책임을 규정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조례안이 발의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버지들의 학교 교육에 대한 관심과 학교 운영 참여 요구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교육활동 지원에서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되는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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