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의 든든한 ‘양박(朴)’ 박인비(31·KB금융그룹)와 박성현(26·솔레어)에게는 흥미로운 법칙이 있다. ‘퍼트 감을 잡은 박인비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과 ‘초반 더블보기는 박성현에게는 보약’이라는 것이다.
31일(한국시간) 미국 칼스배드의 아비아라GC(파72)에서 계속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 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 3라운드. 3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버디로 시작해 버디로 마무리하면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타를 줄인 그는 중간합계 14언더파로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에 1타 앞섰다. 이날 박인비는 퍼트를 단 26개로 막았다. 그린을 다섯 번 놓쳐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이 많았고 이 때문에 퍼트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린에서 감이 좋았다. 보기 2개도 포아 애뉴아 잔디에서 흔히 겪는 어려움 탓에 나온 것이었다. 이 품종을 심은 그린은 울퉁불퉁해 본대로 가지 않고 튀는 경우가 많다. 박인비는 “후반 9홀에서 좋은 퍼트가 몇 차례 나온 게 도움이 됐다. 사흘간 퍼트 감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마지막 날까지 이런 기운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1년 전 파운더스컵이 마지막 우승인 박인비는 이번에 우승하면 박세리(25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LPGA 투어 통산 20승을 채운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1타를 줄였다. 선두에 3타 뒤진 11언더파 공동 4위다. 순위는 떨어졌지만 라운드 초반 난조를 생각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그는 3번홀(파3) 더블보기와 5번(파5), 6번홀(파3) 연속 보기로 첫 6개 홀에서 무려 4타를 잃었다. 하지만 이후 8~10번홀 연속 버디 등 10개 홀에서 버디 6개로 6타를 줄이며 벌떡 일어섰다.
마지막 홀 보기가 아쉬웠지만 역전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3일 시즌 첫 우승 때도 선두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 4타 뒤진 공동 8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지만 8언더파를 몰아쳐 역전했다. 공격적인 성향의 박성현은 더블보기를 범하는 횟수가 적지 않다. 몇 해 전만 해도 더블보기를 적으면 일어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줄버디’를 앞세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극복해낸다. 박성현은 “3번홀에서 바람을 잘못 읽어서 해저드에 빠졌다. 초반 6홀은 굉장히 힘들었는데 버디 하나만 나오면 더 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며 “최종 라운드에는 잔바람에도 신경 쓰겠다”고 했다.
허미정은 코스 레코드인 10언더파 62타를 기록하며 46위에서 공동 4위(11언더파)까지 뛰어올랐다. 티다파 수완나뿌라(태국)가 12언더파 단독 3위이고 최운정과 고진영은 각각 9언더파 공동 9위, 8언더파 공동 12위다. 초청선수 오지현은 이틀간 5오버파로 컷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