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부터 유지돼온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규제가 풀린 것은 37년 만이다. 택시나 국가유공자·장애인용 차량 등으로만 사용이 가능했던 것을 누구나 자유롭게 구매하거나 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세먼지 감축이라는 시급한 목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누구나 LPG 차량을 사용하게 해 주겠다는 큰 방향 자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크지 않다. 실제 LPG 차량은 경유·휘발유 차량보다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경유차와 휘발유 차는 LPG 차량보다 질소산화물을 각각 93배, 3배 더 배출한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있다. LPG 차량 구매를 장려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LPG 충전소가 턱 없이 부족한 탓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의 LPG 충전소는 1,950곳으로 일반 주유소(1만1,563개)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이 도심이 아닌 국도 주변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설치 규제 탓이 크다. LPG 충전소를 짓기 위해서는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 떨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저장 능력 10톤 이하 시설의 경우 거리·건물로부터 24m의 간격을 둬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15m), 일본(17m)보다도 강한 규제가 적용된다. 수익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초기 투자비로 충전소 건립에만 약 26억원이 필요하다. 절반을 환경부에서 지원(최대 15억원)해 주지만 국내 LPG 차량 보급 대수를 고려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PG 충전소를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로 보는 인식을 없애는 동시에 거리 제한 규제를 풀고 지자체 협조를 통한 부지 확보도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클린 디젤’이라며 경유차 구매를 장려했던 정책 기조를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자 뒤바꾼 것처럼 LPG 차량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또 언제 변할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LPG는 휘발유·경유보다 세금이 30~50% 가량 낮은데 민간에서는 벌써 이를 올리거나 없애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정부의 LPG 차량 정책은 개업을 성대하게 해 놓고 막상 가게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쉬어야 하는 개점 휴업 상태가 돼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