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939조 빚내 공무원·군인 노후보장...국민 1인 1,800만원 떠맡는 꼴

['스노볼' 나랏빚 무서움 잃은 정부-국가부채 1,700조 육박]

연금충당부채 3년째 90조 늘어 올 1,000조 넘을 듯

세수 주는데 '확장적 재정정책' 고수...나라살림 빨간불

정부 "연금부채 증가는 저금리 기조 탓...문제 없다"









미래에 정부가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뜻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939조9,000억원에 달했다. 국민 1인당 부담액으로 환산하면 1,800만원을 넘어선다. 연금충당부채는 지난 2015년 이후부터 매년 90조원 넘게 늘고 있다. 지난해에도 94조1,000억원이 증가하며 2013년 관련 통계를 개편한 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금충당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며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충당부채=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이나 군인에게 미래에 지급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재무제표상 부채를 말한다. 미래의 연금수입(공무원·군인의 기여금)은 고려하지 않고 지출액만을 추정한다. 국채처럼 정부의 상환 의무가 명시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금 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할 경우에는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연금 지급 의무가 공무원과 군인의 채용주인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난다는 말은 국가, 즉 국민이 부담할 미래의 부채가 증가한다는 의미가 된다.

2015년 659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던 연금충당부채는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에는 752조6,000억원으로 92조7,000억원이 늘어났고 △2017년 845조8,000억원(93조2,000억원) △2018년 939조9,000억원(94조1,000억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를 올해 통계청이 추계한 인구(5,171만명) 수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하는 부채액은 1,818만원 수준으로, 불과 1년 만에 150만원 이상 증가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금충당부채가 매년 90조원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낙관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라며 “현 상태라면 공무원·군인 연금이 고갈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그때는 해당 부채를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라 살림 ‘빨간불’ 켜지나=이처럼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하면서 국가부채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으로 전년(1,555조8,000억원) 대비 126조9,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773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7년 만에 117.5% 늘어났다. 연금충당부채의 경우 증가율로 보면 2016년 14.0%에서 2017년 12.4%, 2018년 11.1%로 둔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절대 금액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가부채에서 연금충당부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55.9%에 달했고 국가부채 증가액 중에서는 74%(94조1,000억원)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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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 펴나갈 계획이다. 그만큼 국가부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올해 국세수입의 상황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초과 세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올 1월 국세수입은 37조1,000억원으로 정부의 목표보다 1.1%포인트 덜 걷혔다. 반도체 경기 악화와 주택거래 감소로 인해 법인세와 취득·양도세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연금충당부채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국세수입은 악화하고 재정지출이 늘어나게 된다면 재정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올해 예상보다 정부의 세수가 좋지 않을 것인데다 향후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된다”며 “지금 당장에야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지만 장기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윤철(오른쪽 세번째) 기획재정부 2차관, 조정식(〃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당정 확대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구윤철(오른쪽 세번째) 기획재정부 2차관, 조정식(〃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당정 확대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별문제 없다는 정부=기획재정부는 연금충당부채의 증가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할인율 하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하게 된다. 이 경우 부채의 현재 가치가 미래 가치보다 더 커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재부는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증가액 중 할인액 하락 등 재무적 요인으로 인한 증가액이 79조9,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공무원이나 군인 재직자 근무기간 증가(30조7,000억원)와 공무원이나 군인 수 증가 등 실질적 요인에 따른 영향(14조2,000억원)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국채금리 하락으로 할인율이 2017년 3.66%에서 지난해 3.35%로 하락했다”며 “연금충당부채는 재직자 기여금과 사용자 부담금으로 마련된 재정으로 충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미 공무원·군인 연금 지급 부족액을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3조8,000억원의 연금 지급 보전액을 썼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공무원·군인들이 조성한 기여금과 부담금만으로는 연금을 지급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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