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이 고갈됐다. 이번에도 영국 의원들이 단합해 브렉시트 관련 타협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영국은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유르겐 마이어 지멘스 영국지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합의안과 관련한 의회 ‘의향투표’를 앞두고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불확실성으로 더 이상의 투자를 결정하기는 매우 힘겹다”며 노골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마이어 CEO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영국 하원은 이날 △유럽연합(EU) 관세동맹 잔류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 참여하는 노르웨이식 모델(공동시장 2.0) △제2 국민투표 △브렉시트 취소 여부 투표 등 네 가지 안을 놓고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 의향투표를 실시했지만 또다시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의향투표란 하원 과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선택지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이날 투표에 부쳐진 4개 안 중에서는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방안이 찬성 264표, 반대 272표를 얻어 가장 낮은 표차로 부결됐다.
끝없는 도돌이표 절차를 거치며 ‘노딜’로 다가서고 있는 브렉시트는 3일 의회의 3차 의향투표 때 또 한번 결정의 순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3차 투표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영국은 이달 12일까지 하원에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노딜 브렉시트에 직면하게 된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운영위원장은 “이제 노딜 브렉시트가 거의 불가피해졌다”며 “3일 영국은 교착사태를 타개할 마지막 기회를 갖거나 이도 아니면 나락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적 마비가 이어지면서 영국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자동차 회사 BMW와 푸조는 노딜 현실화에 대비해 앞서 결정한 영국 내 공장 폐쇄를 다음주에 강행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노딜 가능성이 커지자 도이체방크는 “오는 12일 노딜 상태로 떠날 확률이 25%까지 커졌다”며 파운드화 매도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