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性) 학대 의혹에 연루된 교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미국 워싱턴DC 대교구장에 사상 최초로 흑인이 임명됐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 애틀랜타 대교구장인 윌턴 그레고리(71·사진) 대주교에게 워싱턴 대교구를 이끌 중책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수도를 관장해 미국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곳으로 인식되는 워싱턴 대교구장을 흑인이 맡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워싱턴DC 대교구장은 보통 추기경이 맡는 것이 관례라, 그레고리 대주교는 조만간 신임 교황 선출 시 투표권을 지닌 추기경으로도 서임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그레고리 대주교는 120만명의 신자를 보유한 미국 남부 애틀랜타 대교구를 14년간 이끈 미국의 대표적인 개혁 성향 성직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는 1973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2001∼2004년 미국가톨릭주교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그가 주교회의 의장을 맡은 시기는 2002년 보스턴에서 불거진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은폐 파문으로 미국 가톨릭 교회가 큰 위기에 빠졌을 때로, 그는 당시 아동 성 학대 방지를 위한 새로운 헌장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성직자들의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 미국 가톨릭계 최초로 작성된 이 헌장은 이후 관련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뼈대로 하는 가이드라인 수립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