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강원도 고성·속초 지역을 휩쓴 최악의 산불이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산불이 국내외에서 역대급 피해를 낳았던 ‘초대형 산불 재난’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역대 가장 큰 산불은 지난 2000년 4월 7일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꼽힌다. 이번 산불과 발화 지점이 동일하다. 2000년 고성 산불은 강릉·동해·삼척의 산림 2만3448㏊를 태우고 주민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건물 808가구가 불탔고 850명의 이재민이 대피했으며 발생한 피해액만 1072억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1996년 4월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2박 3일간 계속되며 산림 3762ha와 건축물 227동을 불태웠다. 2005년에도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이 낙산사를 비롯한 문화재 수십개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국내 대형 산불이 주로 영동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봄철 태백산맥을 넘어 부는 ‘양강지풍’ 탓으로 분석된다. 이 바람으로 인해 산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1998년 이후 강원도내에서 100ha 이상의 산림 피해를 입힌 대형 산불 중 동해안에서만 21건이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휩쓴 대형 산불이 고성 산불과 확산 양상과 속도 면에서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인 캠프파이어는 재난사상 최대 인명피해(89명)를 내며 6만 2,053ha의 산림 면적을 불태웠다.
이들은 강풍을 타고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번졌다는 점에서 공통적 양상을 보인다. 고성 산불의 경우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을 타고 인근의 강릉·인제 지역으로 순식간에 번졌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인근에서 발화한 캠프파이어는 시속 80~90㎞(초속 22~25m)이상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져 피해를 키웠다. 강원도와 미 서부는 해안선이 놓인 방향이 반대일뿐 동고서저의 지형에다 고온 건조한 바람이 산맥을 따라 아래로 분다는 공통점이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 1만8,000여 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돼 산불을 진압했다.
한편 4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5일 현재 기준 250ha의 산림면적을 태우고 동해안 일대와 속초 시내로 번지고 있다. 지난 새벽 산불로 인해 50대 남성 등 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주택 125채가 불타 인근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다. 4일 진압됐다고 생각한 부산, 아산, 포항의 산불도 새벽 강풍을 만나 다시 살아났다
현재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고 전국 동원 가능한 소방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다. 소방인력은 1만3,000여 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 인턴기자 hbshin120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