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공급부하가 적은 야외 전봇대·전선의 교체를 축소하는 안을 내부 회람했다. 농촌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되는 3kW 이하급 전력 설비 교체를 가능한 미루겠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배전망에서 가장 끝자락에 자리하는 설비의 경우 고부하가 걸리는 설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 등 사고 위험성이 낮다”며 “공공단지 등에 위치한 설비 위주로 교체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지난해 실적 쇼크에 직면한 탓이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적자 2,080억원을 기록하는 등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원전 보수기간을 늘려 잡으면서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발전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진 가운데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작은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의 이 같은 조처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전을 등한시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농촌의 경우 대도시와 달리 방재 인프라가 열악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방현장의 인력 부족률을 보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한 광역시는 14% 정도지만 재정부족에 시달리는 도 단위의 경우 30%를 웃돈다. 화재 발생 가능성 자체는 낮더라도 한번 불이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촌 전력 설비에 부하가 적게 걸리긴 하지만 까치나 뱀이 물어뜯어 전선이 닳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며 “한번 불이 나면 인력도 부족한 데다 소방차 진입로 등이 좁아 진화 작업이 수월치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