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은 호기심과 관찰력 그리고 자기주도력을 바탕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호기심과 관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감각을 깨워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몸을 쓰는 것이지요. 목공과 예술이 창의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여기에 있답니다.”
비영리사단법인 MAP교육공작소(이하 맵공)를 이끌고 있는 손은정(사진)이사장은 9일 본지와 만나 “청소년을 위한 창의력 교육의 출발은 스스로 생각하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출범한 지 3년째 접어드는 MAP교육공작소는 건축가·예술가·공학자 그리고 특수교육전문가 등이 청소년들에게 창의력 교육의 본질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재활용품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그린아트’ 과정과 전동 톱 등 전문도구를 활용하는 ‘목공’ 과정 등으로 구분된다. 손 이사장은 “1930년대 ‘뇌지도’를 만든 캐나다 신경외과의사인 와일드 펜필드 박사는 손을 쓰는 만큼 뇌가 예민해진다고 주장했다”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예민한 뇌를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맵공이 진행하는 교육과정은 재료 고르기부터 참가자들이 직접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면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매 순간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만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창의력 교육과정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 창의재단이 메이커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시도했던 공모사업 중 맵공은 ‘찾아가는 메이커 교육’에 선정되어 삼척·청주·통영·성주 등 전국 16곳을 찾아가 메이커 교육을 진행했다. 손 이사장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면서 “도시 중심으로 진행됐던 메이커 교육을 산간 도서지역까지 직접 찾아가 수업을 한 덕분에 사업을 끝낸 후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맵공은 소외지역을 찾아가 수업을 하기 위해 출범 초기 25인승 버스를 ‘움직이는 목공실’로 개조했다. 그린아트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자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 새활용 플라자’에 입주도 할 수 있었다. 그는 “그린아트가 재활용예술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매주 토요일마다 ‘새활용메이커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면서 “재료비만으로 누구든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콜럼비아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손 이사장은 메이커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독일·프랑스·덴마크 등에서 진행하는 창의력 교육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한국의 교육실정에 맞도록 변형하는 데 집중했다. 손 이사장은 “그린아트의 경우 참가자들에게 기존의 형태를 파괴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PET병으로 꽃을 만들어 보라고 학생들에게 주문을 하면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한다. 음료수병으로만 만나던 PET병을 해체해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세상에 없는 자신만의 상상력을 동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린아트가 상상력과 연결된다면 목공은 집중력을 키우는 데 압도적으로 효과가 있다”면서 “요리의 경우 간이 맞지 않으면 소금을 나중에 넣어서 맞출 수 있지만 목공은 나무를 한번 잘못 자르면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에 과정과 결과가 연결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터득하게 된다. 생각을 키우고 모으고 표현하는 방법을 목공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맵공은 올해 과학기술과 공학적인 이론을 보완한 메이커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소리증폭기, 투석기, LED 스탠드 조명 등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는 “소리증폭기에서 물리학의 이론을 배우게 되고, 투석기를 만들면서 수학이 어떻게 현실에 사용되는지를 배우게 된다”면서 “4차 산업혁명이 바로 소리, 이미지 등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인데 그 본질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면서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이사장은 또 다른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7~12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네델란드의 ‘목수 마을’ 캠프를 벤치마킹 한 목공 캠프다. 2박 3일 과정으로 팀을 만들어 3.3~6.6㎡(1~2평) 크기의 나무집을 만드는 목공 프로젝트다. 손 이사장은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나무집을 3일 동안 팀을 짜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목공 수업으로 관심이 있는 지자체와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나무로 집을 만들어보면서 상상력, 집중력, 관찰력 그리고 자기주도력을 키우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처음엔 줄자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톱으로 직접 나무를 자르면서 자신의 감각을 일깨우고 스스로 결정을 해 나가면서 나무로 책꽂이 등을 만들어 내면 처음에 무덤덤 하던 표정에 환한 웃음이 번지다. 그 순간 아주 뿌듯하다”면서 “배우는 것은 현실과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맵공은 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이라며 활짝 웃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