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럼프, EU에 선전포고...110억弗 '관세 폭탄'

USTR "에어버스 보조금에

해마다 112억弗 무역 손실"

헬리콥터서 치즈·와인까지

고율관세 부과 대상 공개

트럼프 "불공정행위 끝날 것"

EU도 즉각 보복관세 방침에

70년 '대서양동맹' 균열 커져




미국이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110억달러(약 12조5,000억원) 상당의 유럽연합(EU)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대서양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70년 넘게 지속된 미국과 EU 간 대서양 동맹 균열이 기후변화 대응과 방위비 분담 이슈를 넘어 본격적인 무역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미국에 불리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판정했다”며 “미국은 이제 110억달러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EU는 수년간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했다”며 “그것은 곧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8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를 바탕으로 EU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 위한 절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불공정무역 행위를 저지른 상대국이 문제를 수정하지 않았을 때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규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개시하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토대가 된 조항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EU를 향해 무역법 301조를 정조준한 것은 사실상 무역전쟁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USTR은 미국 항공 업체인 보잉의 경쟁 상대인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 지급을 지적하며 이 관행이 철회될 때까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때문에 무역에서 미국이 입는 피해를 연간 112억달러로 산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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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날 보복관세 부과 대상으로 공개한 EU산 제품 품목에는 항공기와 헬리콥터, 항공기 부품과 같은 공산품뿐 아니라 와인·치즈와 같은 농축산물, 연어·문어·게와 같은 해산물까지 망라됐다. USTR은 고율 관세 부과 예비 품목들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돌입해 올여름께 WTO가 에어버스 보조금 지급에 따른 미국의 피해 규모를 확정하면 즉시 제재를 단행할 계획이다.

미국이 에어버스 보조금 지급을 둘러싸고 WTO에서 EU와 격돌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 판정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14년 넘은 해묵은 문제를 본격적으로 이슈화하는 것은 중국과 무역협상 타결이 가시화하자 무역전쟁의 타깃을 EU로 이동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EU는 지난해 6월 미국이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EU도 미국산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필두로 위스키·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갈등의 불을 지폈다. 당시에는 무역전쟁 직전에 양측 정상이 워싱턴DC에서 만나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해 간신히 정면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 EU의 무역협상은 미국 측이 EU에 공산품의 관세 철폐와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뿐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까지 요구하면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해왔다. 이에 미 상무부는 수입차에 대한 25%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독일 등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폭탄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날 예고한 품목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유럽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매기면 EU 역시 즉각 보복에 나설 방침이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대 동맹 간 무역전쟁 확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데 이어 이란 제재 및 중동 정책을 놓고도 EU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70주년 행사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두고 독일 등과 갈등을 빚은 바 있어 미·EU 간 파열음은 당분간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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