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서 생산말고 韓서 만들라"...완성차 노조 도넘은 요구

기아차 노조 대의원대회 안건에

印소형차 생산중단 안건 등 포함

르노삼성도 '전환배치' 놓고 마찰

올 춘투 앞두고 노사 갈등 고조




올 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두고 완성차 노동조합의 요구가 도를 넘고 있다. 해외에서만 생산 중인 자동차를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고용 안정’을 명분으로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주장을 앞세우면서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기아차(000270) 노조의 정기대의원대회에 상정된 68개 안건 속에 미국 전용 모델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와 인도 신규 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 ‘SP2’의 현지 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안건이 포함됐다.

기아차 노조 정기대의원대회는 노조 집행부는 물론 현장 노조원이 대의원을 통해 발의한 안건을 논의해 해당 연도 임단협의 주요 안건으로 채택할지를 정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일부 노조원들의 요구로 논의 안건에 상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텔루라이드가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어 이를 한국에서 생산하면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사측은 해당 안건이 대의원대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미 텔루라이드와 SP2의 경우 전 노조 집행부와 협의를 통해 현지 생산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노조가 협상 안건으로 채택해도 현실적으로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면 “사측에 대한 압박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조는 이외에도 생산 공장 스마트 팩토리 전개에 관한 건, 그룹 계열사의 독점 공급에 대한 공정위 고발 건 등 회사 경영과 관련한 안건 등도 토의 안건에 올려놨다.



지난해 임단협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진통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노조의 부담스러운 요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2018년 임단협 협상을 시작해 지난해 말 현 노조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파업과 협상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8일까지 진행됐던 1차 집중교섭에서 최대 쟁점이던 기본급 인상에 대해 일부 합의점을 찾았지만 노조가 작업 전환배치 때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를 들고 나왔다. 이에 사측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 및 경영권에 대한 간섭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판이 깨졌다.

르노삼성 노사는 9일 열린 25번째 본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10일과 12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4시간씩 부분파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다른 완성차 업체가 전환배치에 대한 합의 조항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르노삼성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지속해서 내세우는 것은 결국 위축돼 가는 국내외 자동차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아차 노조가 텔루라이드와 SP2의 한국 생산을 요구하는 것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속에서 잘 팔리는 차를 한국에서 생산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수단으로 삼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일자리와 관련해 사측의 확실한 의지를 확인하고 싶지만 사측은 대개 두루뭉술하게 안심시키고 넘어가려고 한다”며 “노조는 이와 관련한 회사의 구체적인 조처를 원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무리하다고 여기는 요구를 내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자동차 업계 임단협에서는 ‘일자리’를 두고 노조의 맹렬한 공세가 예상된다. 이미 현대차 노조는 9일 발행한 지부 소식지를 통해 “올해 단체교섭 승리와 고용 안정에 만전을 다하겠다”며 고용 안정에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아차 역시 고용안정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사측에 앞으로 투입될 신차와 후속 생산 차량을 제시하고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의 전개 계획 등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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