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웅진에너지 폐업 수순 밟나

'中 저가 태양광 잉곳' 직격탄

공장 2곳 가동률 20%로 축소

생산인력도 절반으로 줄여

감사서 '의견거절'...상폐위기

그룹 추가 지원도 기대 어려워




웅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웅진에너지(103130)가 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낮추는 한편 생산 인력도 절반까지 크게 줄였다. ‘중국발 저가 태양광 잉곳’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그룹의 추가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웅진에너지의 구미공장과 대전공장 2곳의 가동률은 현재 20% 수준이다. 대전공장은 태양전지의 원료 중 하나인 잉곳을 생산하고 있고, 구미공장은 잉곳을 얇게 썰어 재가공한다. 현재 생산 인력은 300명 남짓으로, 2017년 505명 수준에서 반토막 가까이 난 상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당초 태양광 사업이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을 받으며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중국 정부가 태양광 관련 보조금을 삭감하고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를 갖추면서 잉곳과 웨이퍼 단가를 크게 낮추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국가 차원에서 설비를 증설해 밀고 들어오는 중국발 리스크가 너무 컸고, 공장 가동률 역시 이에 맞춰 줄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력 감축은 최근 1~2년 새 일어났으며 추가 감축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최근 5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온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약 1,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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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과 회사의 경영이 불투명해지자 외부감사에서도 탈이 났다. 현재 웅진에너지는 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다. 당시 감사를 맡은 EY한영은 공장 내 기계와 설비 등 고정자산에 대해 감가상각을 반영하며 회사 손실을 그룹 측 예상보다 크게 책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웅진에너지가 사실상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라는 옵션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회사채 투자자들은 가능성이 낮지만 청산 수순을 밟는 건 아닌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법정관리와 채권 조정을 앞두고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한 수준을 벗어나 청산까지 고려한다면 후순위 채권자는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웅진에너지가 법정관리에 가면 존속 가치는 2,590억원이지만 청산하면 1,0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산업은행·신한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하고 회사채 등 후순위 채권자는 남은 자산에서 회수하면서 남은 자산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지난 2014년부터 1,000억원 가량을 투입한 대주주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에 추가 지원을 넣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업황이 나쁜 상황을 인지한 상태에서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을 경우 경영진이 배임 등 형사상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윤석금 회장의 평생 염원인 코웨이 인수를 위한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웅진에너지를 매각해 코웨이 인수 자금을 동원하겠다는 그룹의 당초 계획이 이번 일로 완전히 무산되며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수민·임세원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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