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주요한 상징이자 최대 관광명소 중 하나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 저녁(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지붕·첨탑이 붕괴하는 등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화재 발생 5시간 여 지난 오후 11시30분께 큰 불길은 잡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화재 현장에서 “최악은 피했다”면서 국민과 함께 성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시와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께 파리 구도심 센 강변의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구쳤다. 경찰은 즉각 성당 주변의 관광객·시민을 대피시키고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건물 전면의 주요 구조물에는 큰 피해가 없지만, 보수 공사를 위해 첨탑 주변에 촘촘하게 설치한 비계와 성당 내부 목재 장식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진화작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다량의 물을 뿌리는 것만이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날 불이 난 지 1시간여 뒤 나무와 납으로 만들어진 첨탑이 무너졌을 때는 파리 도심 전역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위로 치솟는 짙은 연기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프랑스2 방송이 전한 현장 화면에서는 후면에 있는 대성당 첨탑이 불길과 연기 속에 무너지는 모습도 잡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현장에서 아직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고 검찰이 화재 원인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남쪽 정면에서 두 블록 거리의 5층 발코니에서 화재를 지켜본 자섹 폴토라크는 로이터통신에 “지붕 전체가 사라졌다. 희망이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투입된 경찰관은 “모든 게 다 무너졌다”며 허탈해했다.
경찰은 보수 공사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에서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면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랑스2 방송은 경찰이 방화보다는 실화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된 대국민 담화도 전격 취소한 채 화재 현장으로 이동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장이동 전에 트위터에서 “매우 슬프다.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고 했다. 마크롱은 당초 이날 1∼3월 전국에서 진행한 국가 대토론에서 취합된 여론을 바탕으로 다듬은 조세부담 완화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현장 근처에 있던 파리 시민들은 충격을 호소하며 울먹거리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현장에서 취재진에 “안에는 많은 예술작품이 있다. 정말 큰 비극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구도심 시테섬 동쪽에 있는 성당으로,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물의 대표작이다.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무대로도 유명하고, 1804년 12월 2일에는 교황 비오 7세가 참석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1163년 공사를 시작해 1345년 축성식을 연 노트르담 대성당은 나폴레옹의 대관식과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중세부터 근대, 현대까지 프랑스 역사가 숨 쉬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3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각국 정상도 신속한 진화를 당부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엄청나게 큰 화재를 지켜보려니 너무도 끔찍하다”며 빨리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파리에서 일어난 일에 큰 슬픔을 느낀다”며 파리 시민들을 위로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파리 시민과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대원들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이날 오후 11시 30분께 마크롱 대통령은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 “노트르담은 우리의 역사이자 문학, 정신의 일부이자, 위대한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 그리고 우리의 삶의 중심”이라며 “슬픔이 우리 국민을 뒤흔든 것을 알지만 오늘 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성당의 화재 피해 수습과 재건을 위해 전 국민적 모금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