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김재철 동원 회장 퇴진]"政道경영이 곧 승자의 길" 5대양 누비던 50년 참치왕

37년간 동원참치 62억캔 넘게 판매

M&A로 연매출 7조 그룹으로 키워

한신증권 인수, 한투금융으로 성장

16일 경기도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

김재철 회장은 “세상의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등 새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지만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동원 가족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며 준비한 기념사를 읽어 내려가던 중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고 퇴진을 선언했다.


지난 1969년 동원그룹의 모태인 동원산업을 창업하고 회사를 이끌어온 지 딱 50년 만이었다.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김 회장을 보필하는 소수의 임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은 이날 퇴진 소식을 처음 들었다. 김 회장의 뜻밖의 퇴진 기념사를 들으며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16일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임직원 및 관계자들의 항공사진/사진제공=동원그룹16일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임직원 및 관계자들의 항공사진/사진제공=동원그룹



◇“正道가 승자의 길…멀리서 지켜볼 것”=김 회장은 오랜 기간 퇴진 여부를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돼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며 사회에 더욱더 필요한 동원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랜 기간 함께한 임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저와 오래 동행한 사람일수록 힘들고 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오랫동안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동행해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해서도 감사드리며 사회에 더욱 더 필요한 동원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까지 ‘정도 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 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등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 정신을 발휘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중요한 행사인 만큼 창립 기념식을 유투브로 생중계했는데 퇴사한 직원까지 회장님의 기념사를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했다”면서 “기념식을 마치고 신입사원을 비롯한 직원들이 회장님과 함께 기념 촬영을 찍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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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하는 김재철 회장/사진제공=동원그룹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하는 김재철 회장/사진제공=동원그룹


◇세계에서 참치를 가장 잘 잡는 선장이 되기까지=김 회장과 바다와의 인연은 우여한 계기로 맺어졌다. 전라도 강진의 한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회장은 사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부산 국립수산대학교(현 부경대) 어로과에 들어갔다.

1958년 그는 국내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가 남태평양 사모아로 출항한다는 공고를 보고 선장을 찾아갔다. 침대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무급으로 일한 그는 약 3년 만인 26세에 선장이 됐다.

‘그는 전 세계에서 참치를 가장 잘 잡는 선장으로 통했다. 김 회장은 일본 상사인 도쇼쿠로부터 지불보증 없이 5백톤급 연승어선 ‘제31동원호’와 ‘제33동원호’를 현물차관으로 도입했다. 36세의 그는 어획으로 갚는다는 조건으로 동원산업을 설립,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성장했다. 국내 최초 통조림인 동원그룹의 대표 제품 ‘동원 참치’는 1982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62억 캔이 넘게 팔렸다. 한 줄로 늘어놓았을 때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이다.

◇M&A 전략으로 4개 포트폴리오…연 7조원 매출 기업 우뚝=동원그룹은 그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펼치며 연 매출 7조 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요 계열사만 15개가 넘는다.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이후 그룹과 계열 분리돼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됐다.

M&A를 통해 동원그룹의 4대 주요 기동인 ‘수산·식품·포장재·물류’의 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기준 7조원의 매출은 수산 3조 8,600억원, 포장 1조600억원, 종합물류 1조원으로, 1차산어부터 4차 물류까지 황금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1969년 8월, 동원의 최초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회장/사진제공=동원그룹1969년 8월, 동원의 최초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한 김재철 회장/사진제공=동원그룹


◇2세 경영 시작=김 회장의 퇴진으로 동원그룹은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의 2세 경영 시대가 열린다. 김 회장의 뒤를 잇게 된 김남정(46) 동원그룹 부회장 겸 동원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은 1973년생으로 김 회장의 자녀 2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김 회장은 2004년 동원산업과 동원금융을 계열 분리했고 금융 부문은 장남 김남구(55)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에, 제조 부문은 김남정 부회장에 맡겼다.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김남구 부회장은 2004년 동원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남구 부회장이 동생인 김남정 부회장보다는 부회장 직함을 먼저 달았다”며 “김남정 부회장이 동원그룹을 이끈다고 해도 당장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이고 회장직에 오른다면 형인 김남구 부회장이 먼저 회장 타이틀을 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허세민·김광수기자 semin@sedaily.com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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