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투자 비상 걸리자...정부, 대기업에 SOS

삼성·현대차·SK 등 고위임원과

기재부, 현안 논의 비공식 간담회

"일회성 아닌 정례화 가능성" 거론

이낙연(가운데) 국무총리와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낙연(가운데) 국무총리와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재계 서열 5위권 안팎 대기업의 고용·투자 애로를 듣고 경영 현안을 공유하기 위해 양측 고위 관계자가 참여하는 일종의 ‘핫라인’을 구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전 정권에 견줘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침체일로인 경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고용의 핵심 주체인 대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 대기업 수뇌부와 서울 모처에서 만나 투자·고용 등 기업 경영 현안 전반을 논의했다. 기업에서는 부사장급 이상의 의사결정 책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을 잘 아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 요청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자리를 주선했다”면서 “단순히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일회성 만남이 아닌, 소통 활성화를 위한 비교적 정례화된 형태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가 개별 기업과 1대1 면담을 하지 않고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을 한 데 모아 만난 것은 특정 기업과의 유착 등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모임에서는 기업들의 투자 애로 사항을 비롯해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양측의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계에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대기업에 먼저 비공식 만남을 요청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대규모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여력이 큰 대기업 투자의 물꼬를 터야 고용 등 경기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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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0.4% 줄어 지난 2013년 11월 이후 하락률이 가장 컸다. 대한상의가 최근 내놓은 2·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87로, 앞선 1분기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는 크게 못 미친다. BSI가 100을 밑돈다는 것은 2분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 관계자는 “공개적인 정책 간담회에서는 기업이 민감한 부분을 언급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보다 솔직한 얘기를 듣기 위한 차원이라고 만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사옥 건립,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공장 신설 등의 조(兆) 단위의 굵직한 투자 건을 놓고도 걸림돌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한 물밑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기업과 소통하는 방법에는 여러 채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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