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트럼프 "빨리 갈 필요 없어" 견제...文, 무거운 순방길

김정은 '연말까지 용단' 요구에 美 빅딜 원칙 고수하며 핑퐁게임

제재완화 아닌 체제보장 카드로 北 '대화 테이블'로 유도 관측도

文, 중앙亞 3개국 방문 위해 출국...북방경제 영토확장·비핵화 공유

정의용 동행안해 남북접촉 가능성...내주 북러회담이 변수될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 환송인사와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3국(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을 순방한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5주기인 이날 희생자를 추모하는 취지에서 노란색 넥타이를 맸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6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 환송인사와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아시아 3국(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을 순방한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5주기인 이날 희생자를 추모하는 취지에서 노란색 넥타이를 맸다./연합뉴스



북미가 비핵화를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중재라는 무거운 짐을 안은 채 중앙아시아 3국 순방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이후 ‘4·27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을 기점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등 핵심 참모들이 이번 순방에 동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남북 간 물밑 접촉이 이미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 순방 기간 중 대북특사 등이 발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성남공항을 통해 출국한 문 대통령은 7박8일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세 나라를 차례로 국빈방문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은 자원 부국들을 상대로 한 북방경제영토 확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완공한 투르크메니스탄 최초의 대규모 가스화학 플랜트인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를 방문하는 데 이어 우즈베키스탄 의회 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신북방정책’의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어 카자흐스탄에서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찾아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을 공유한다. 구소련 해체 후 비자발적 핵보유국이 된 카자흐스탄은 미국의 경제지원을 대가로 핵을 포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순방 이후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강하게 밝혔으나 북미는 표면적으로 타협점이 없는 핑퐁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북미협상과 관련해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며 “지금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고 우리는 좋은 관계다. (대북) 제재는 그대로고 억류자들은 돌아왔고 (미군) 유해는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누차 밝힌 것처럼 북한이 포괄적 비핵화에 먼저 합의해야만 북미대화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연말까지 새 계산법을 용단하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구에 대해 기존의 ‘빅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외교적 대화의 창은 살려둔 채 서로의 양보를 촉구하며 탐색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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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력갱생’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북한은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의 15일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보도를 통해 김정은 2기 정권 출범 후 김정은에 대한 군 관련 수식어를 기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바꾸며 김정은 유일지도체제 강화에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이에 따라 중앙아시아 순방 이후 문 대통령이 어떤 중재안을 들고 북미대화를 다시 주선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한미가 제재완화가 아닌 ‘체제보장’과 ‘인도적 지원’을 무기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북한에 식량 등 다양한 것을 지원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내부 정치의 벽에 갇혀 있는 김 위원장이 또 한 번의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고 북미대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명분이 필요해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전날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김 위원장의 결심이 아직 서지 않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서는 다음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북러정상회담이 남북 및 북미대화 재개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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