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해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고리 원전 1호기(사진)가 해체되는 2022년 전에 폐기물 처리시설 구축공사 등 초기 일감을 발주한다. 부산·울산·경주 산업단지에는 원전해체 분야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도 마련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을 확정·발표했다.
육성전략에는 원전해체 산업 육성의 핵심 인프라가 될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방안이 담겼다. 부산과 울산에 본원이, 경주에는 중수로해체기술원이 설립된다. 이미 지난 15일 고리본부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연구소 소재 지자체간 업무협약(MOU)이 진행됐다.
정부는 상업용 원전에 대한 해체 실적이 전무한 국내에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초기 시장 창출 등 4대 중점전략도 내놓았다. 우선 2022년까지 해체 물량 조기 발주, 상용화 연구·개발(R&D) 등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주로 폐기물 처리시설 구축공사, 해체 공사용 장비 구매, 해체계획서 작성 용역 등 본격적인 원전 해체 이전에 가능한 부분부터 조기 발주할 계획이다. 또 폐기물 저감, 안전관리를 위한 기술 개발, 원자로 원격 절단장비 등 고부가 핵심장비 개발도 추진한다.
원전해체 전문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종합지원 방안도 추진된다. 울산의 에너지융합 일반산단, 부산의 방사선의과학 산단, 경주의 감포단지 등을 중심으로 생태계 활성화를 추진한다. 기존 원전 인력을 해체수요에 맞게 단계적 전환을 유도하는 등 2022년까지 1,3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린다. 해체 실적이 중요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고리 1호기 해체 실적을 토대로 3단계에 걸쳐 해외진출을 추진한다. 우선 2020년대 중반까지 해외 해체 원전 단위사업을 수주해 경험을 쌓는다. 이후 원전 운영 경험이 부족한 제3국에 선진국과 공동 진출을 추진한 뒤 2030년대 이후에는 단독 진출을 꾀한다. 이 밖에도 안전한 해체관리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대국민 정보공개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대 중반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원전해체시장 톱5 수준까지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원전해체연구소를 해체산업 육성의 구심점으로 활용해 원전기업의 일감을 창출하고 원전 주변지역의 경제활력 제고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전 전문가들은 정부의 발표에 “원전 해체는 원전 주기상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산업”이라며 “원전 해체 산업이 원전 건설 등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