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늘의 경제소사] 성 베드로 성당 착공

1506년 머릿돌 완공은 1626년에




1506년 4월18일, 교황령 로마. 새 성전을 세우기 위한 주춧돌을 심었다. 공사 기간 120년이 걸린 성베드로대성당(사진)이 착공된 것이다. 테베강 서쪽에 자리 잡은 성당 터에서 공사는 네 번째로 첫 번째 건축물은 전차경기장. 젊은 나이(24세)에 등극해 선심정책을 펼친 칼리굴라 황제가 40년께 착공한 전차경기장이 최초의 인공구조물이다. 암살당한 칼리굴라를 승계한 숙부 클라우디우스(4대 황제)가 43년께 완공한 전차경기장은 피로 적셔졌다. 5대 황제 네로가 예수의 첫째 제자 베드로를 64년 처형한 것이다.

두 번째 건축물부터는 모두 교회다. 첫 번째 교회는 신도들이 베드로 순교지 부근에 90년에 세웠다. 박해받던 시절이라 규모도 작았다. 기독교가 공인된 후인 326년 착공돼 30년 뒤 완공된 두 번째 교회는 훨씬 컸다. 베드로 이후 추존된 역대 교황을 장사 지내고 각종 성물까지 모았다. 권력과의 관계도 깊어졌다. 샤를마뉴(800년) 이후 1452년까지 24명의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이곳을 찾아 대관식을 치렀다. 성베드로대성당은 기독교 성지로 자리 잡았으나 쇠락의 길을 걸었다.


잇따른 이민족의 침입과 아비뇽유수 등으로 관리가 부실해진 탓이다. 밀레니엄이라는 세월도 넘기 어려웠다. 대성당의 전면 보수를 위해 무너진 콜로세움의 부속물 2,522개를 옮긴 교황 니콜라오 5세가 갑작스레 선종한 뒤 베드로대성당은 더욱 망가졌다. 역대 교황들이 주저했던 세 번째 교회 공사는 ‘전사 교황’으로 불릴 만큼 적극적이던 율리오 2세에 의해 다시 힘을 받았다. 완공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재건축 비용 조달을 위한 면벌부(면죄부) 판매는 기독교 역사상 최대 사건인 신구교 분리와 종교전쟁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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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24명을 거치는 공사 기간 중 수석기술자도 9명이 바뀌었다. 공사 책임자로서 라파엘로와 마켈란젤로의 이름도 들어 있는 성베드로대성당은 역사적 가치와 예술성·상징성에서 으뜸이다. 가톨릭의 공식적인 주교좌 성당은 테베강 동쪽 로마시에 있는 라테라노대성당이지만 교황의 공식 행사는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열린다. 바티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이곳에서 미사를 드렸다.

요즘 가격으로 환산한 성베드로대성당 건축비는 54억~84억달러로 추정된다. 요즘도 성베드로대성당은 바티칸의 수입원인 동시에 최대의 지출 요인이다. 관리 유지에 비용이 그만큼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 땅에 있는 대형 종교건축물의 미래는 어찌 될까. 성베드로대성당처럼 지속적일까.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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