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그레이트(900040)가 감사의견 ‘의견거절’로 거래가 정지되며 국내 증시에 한동안 잠잠했던 ‘차이나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 분식회계 등으로 11개 기업이 상장폐지됐던 트라우마가 재연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검증이 된 만큼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외부감사 등 불안요소를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9일 코스닥시장에서 중국 건강식품 제조업체인 씨케이에이치(900120)가 14.09% 하락한 433원으로 장을 마쳤다. 같은 중국 기업인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 역시 11.54% 급락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두 회사로 번지며 매도 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차이나그레이트에 대해 “감사인의 감사의견을 범위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로 공시했다”면서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날 이스트아시아홀딩스 역시 “기존 외부감사인의 해임으로 외부감사인이 부재한 가운데 현재까지 신규 외부감사인 선임이 완료되지 않아 오는 22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감사보고서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공시하자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외부감사인 선임 시까지 매매를 정지했다.
이 같은 소식에 중국 기업을 향한 회계 불투명성 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상장한 중국 기업 11개가 상장폐지됐는데 주된 사유가 감사 문제였다. 중국고섬·성융광전투자·연합과기·중국원양자원 등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고 퇴출됐다. 이날 급락한 기업들도 혹시나 하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미 적정의견으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중국 기업은 윙입푸드(900340)(2.37%), 크리스탈신소재(900250)(1.14%), 골든센츄리(900280)(1.82%) 등은 이날 상승하거나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쳐 이 같은 우려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전문가들 역시 지나친 트라우마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 중국인 애널리스트는 “이전에 상장폐지된 중국 기업들과 현재 남아 있는 회사들은 다르다”며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멀리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지나친 시장의 불신이 오히려 중국 기업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가닉코스메틱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중국 기업 기피현상이 이어지면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중국 기업 중에는 보난자제약이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이고 TBI 등이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적정 몸값을 평가받기 힘들어 상장 여부마저 불투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