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기 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직후 남북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이 메시지는 워싱턴 정상회담 과정에서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가 회담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날 선 공방을 주고받고 남북 관계에도 냉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꽉 막힌 남북미 톱다운 협상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미 CNN 방송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넬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이와 관련한 메시지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시인함과 동시에 메시지 전달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을 되살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동맹 간 긴밀한 전략 대화의 자리”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CNN은 19일(현지시간) 복수의 한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건넬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며 “이 메시지에는 현재의 방침(course of action)에 중요한 내용과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상황으로 이어질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이 메시지와 관련, “워싱턴 정상회담 결과를 비롯한 제반사항이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에 불만을 품은 북한을 달랠 트럼프 대통령 나름의 해법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당시 제재 해제 후 합의를 위반할 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을 진지하게 검토했다고 북한 측은 주장한 바 있다.
남북미 정상이 이처럼 ‘톱다운’ 협상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지만 북미 외교·안보라인 참모들 간의 공방은 되레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북한의 권정근 미국 담당국장이 김 위원장을 ‘독재자’로 칭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비난하며 교체를 요구한 지 이틀 만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해 ‘희떠운 발언’ ‘매력 없고 멍청해 보인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2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 부상은 3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진정한 징후’를 요구한 볼턴 보좌관에 대해 “우리는 볼턴 보좌관이 언제 한번 이성적인 발언을 하리라고 기대한 바는 없지만 그래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면 두 수뇌분 사이에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해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