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부품업계에 화웨이발 지각 변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대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화웨이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만 IT 업체들은 그간 최대 고객인 애플 아이폰의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화웨이의 선전으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미중 무역 전쟁의 불똥이 화웨이로 튀면서 앞으로 화웨이발 부품 업계 지각변동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카메라 렌즈 업체인 라간정밀(Largan Precision)의 3월 매출액은 1억2,750만달러로 전월 대비 55%,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했다. 라간은 화웨이에 렌즈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애덤 린 라간정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1·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월 매출액은 3월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5월에도 이 같은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한 대만의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미디어텍의 3월 매출액도 전월 대비 57.6% 증가한 7억2,350만달러를 기록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디어텍은 지난해 화웨이가 공개한 92개 핵심 협력사 중 한 곳으로 모바일용 메모리칩인 AP와 모뎀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들어 라간정밀과 미디어텍과 같은 대만 전자 부품업체들의 실적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는 것은 화웨이가 최근 새로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면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 업체들이 부품 거래선에 변화를 주면서 전자 부품업체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생산하는 야교와 난야 같은 업체들도 화웨이발 지각 변동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대만업체들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전자 부품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일본 경제지 닛케이는 “미국 정보가 안보 문제로 중국 IT 업체들에 압박을 가하면서 부품 공급을 우려한 화웨이가 무라타제작소를 비롯한 일본 부품 업체에 공급량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MLCC와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삼성전기(009150) 역시 화웨이발 지각 변동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