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통치’ 시진핑, 최근 건강이상설에 후계구도 우려 커져

올해로 66세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유럽 순방기간 ‘건강이상설’이 휩싸이며 중국 내 후계구도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시진핑의 불안정한 걸음걸이가 중국의 승계 계획 부재에 대한 걱정을 부활시켰다”면서 “중국 지도자의 건강에 대한 추측이 ‘일인 통치’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며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보였고, 다음날 마크롱 대통령과 기자회견 때도 의자 팔걸이에 의지해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불편해보였다. 이에 서방 외교관과 중국 소식통들 사이 시 주석의 건강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고 WJS는 전했다.

실제로 당시 빈과일보를 비롯한 중화권 매체들은 고혈압이나 허리 디스크·당뇨병 등 시 주석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오는 6월 만 66세가 되는 시 주석은 그간 특별히 건강상의 문제가 드러난 적은 없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진행된 해상 열병식 및 국제 관함식에 참석해 중국 해군 의장대를 사열하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의 건강 문제가 불거진 것은 ‘시황제’(習皇帝)로 불릴 정도로 권력을 한 몸에 거머쥐고 있는 데다, 그간의 ‘격대지정(隔代指定·차기가 아니라 한 대를 걸러 지정하는 것)’ 관례를 깨고 차기 후계자를 아직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방 정치 분석가 대다수는 시 주석이 2022년 이후에도 계속 권좌를 지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은 공산당 내부의 권력투쟁을 방지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 주석직 2연임제, 후계자 격대지정 등 몇 가지 원칙을 세웠지만 5세대 지도자인 시 주석 때 사실상 붕괴됐다.

시 주석은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총서기로 재선출된 데 이어,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당 중앙군사위 주석로 재선임되며 당·정·군을 틀어쥔 삼위일체 권력을 부여받았다. 특히 지난해 전인대에서는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조항이 삭제된 헌법개정안이 통과돼 마음만 먹으면 ‘종신 집권’도 가능하다. 당 총서기·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원래 연임 제한이 없었다.

베이징 정치평론가 장리판은 “시 주석 이후의 권력 승계 라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정치 체제와 사회에 대한 위험성을 악화시킨다”며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은 지도자가 아플 수도 없고,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곤란한 상태에 빠질 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