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4분기 시장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의 신차 효과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4.4%나 증가했다. 기아차(000270)는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신차가 많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기아자동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1·4분기 매출은 12조4,4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941억원으로 94.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당기순이익도 6,491억원으로 50.3% 늘어났다. 시장은 기아차가 1·4분기 약 4,5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기아차는 이보다 약 1,500억원 많은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 전무는 “(1·4분기 실적이)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며 환입된 영향을 제외해도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내부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기아차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도매판매를 보면 미국시장에서 기아차는 전년보다 5% 증가한 13만8,259대를 팔았다. 특히 올해 2월 출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현지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전체 판매량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더 비싼 차들이 잘 팔리면서 판매단가도 뛰었고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0.3% 줄어든 8만1,979대를 보였다. 중남미와 중동·아시아 등 기타 시장에서는 5.1% 뛴 18만7,529대를 팔았다. 국내에서는 쏘렌토와 K5 등 주력 모델의 노후화로 판매량이 7.5% 줄어든 11만4,482대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올해 유럽과 중국 시장이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실적 회복에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실적이 이른바 ‘상저하고’ 형태로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 모멘텀이 살아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근거는 오는 5월께부터 쏟아질 신차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모델인 K3가 5월 신차로 출시된다. 6월에는 국내에서 K7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하반기에는 신형 SUV인 SP2,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등이 줄줄이 출격한다. 주 전무는 “상반기에는 2월 텔루라이드 외엔 신차가 별로 없었지만 하반기에는 물량이 많아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2022년까지 2%대의 영업이익률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 전무는 “중국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재건을 위해 고객 커뮤니케이션과 딜러십 강화, 상품 라인업 효율화 등 상세한 계획을 수립한 상태”라며 “한 발짝씩 실현시키면 중장기 모멘텀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