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팀 24/7] 맞춤복 김순경…신뢰를 '정조준'

■경찰 제복의 세계

경찰 한사람 한사람 체형별 제작

눈에 띄는 디자인에 단정함 더해

은퇴땐 반납…재활용 않고 폐기

사칭 방지, 일반인 착용은 불법

제주 자치경찰은 CI부터 달라

경찰 정복(사진 아래), 교통 경찰(위)경찰 정복(사진 아래), 교통 경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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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1월 승리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충성’이라는 글과 함께 승리가 경찰 정복을 입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승리의 어깨에는 무궁화 3개까지 달려 있었고 경찰의날과 같이 특별한 날에만 입는 정복과 유사했다. 당장 경정 계급의 현직 경찰이 승리에게 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져나왔다. 최근 경찰 수사에서 대여업체에서 빌린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일반인이 입을 수 없는 경찰 제복에 대해 관심이 폭증하는 계기가 됐다. 제복 관련 규정과 제복 종류에 이르기까지 경찰 제복의 다양한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맞춤제작에 은퇴 시 반납까지=경찰 제복은 크게 근무복·정복·기동복·교통복 등으로 나뉜다. 사복을 입는 형사를 제외하고 내근직인 경찰이 입는 근무복은 청록색 상의가 특징이다. 승리가 착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정복은 경찰이 외부 행사, 승진, 표창 수여식, 중요 회의 등에 입는 옷이다. 교통복은 교통경찰이 주로 착용하는 제복으로 아이보리 화이트 색상의 상의, 바지 옆선에 줄무늬 디자인을 적용했다.


현재 경찰 제복 디자인은 2015년 도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근무복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회색이었는데 때가 타기 쉬워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교통경찰의 경우 멀리서도 눈에 확실히 띄도록 제복이 디자인됐다”고 말했다. 경찰 점퍼도 아웃도어 등산복 형식의 신축성 있는 소재로 바꿔 활동성을 높였다.

경찰 제복은 기본적으로 개인별 맞춤제작이다. 단정한 제복의 효과가 잘 드러나도록 경찰 한 사람 한 사람 체형에 맞게 제작된다. 최근에는 경찰 점퍼, 방한용 바지에 한해 기성복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구매는 연초 경찰에게 부여한 포인트로 개인이 필요한 옷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외근직 기준으로 연간 43만포인트가 분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을 그만두거나 은퇴할 때 제복은 반납해야 한다. 반납된 제복은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된다. 2015년 신형 경찰복을 도입했을 때도 구형 근무복은 모두 불용(不用) 처리됐다. 당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구형 근무복 20톤을 고형에너지연료 제조업체를 통해 연료로 재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복은 일선 경찰들의 의견을 수렴해 계속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유명 아웃도어 업체의 수석디자이너를 특별채용했다. 윤설화 순경은 “사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피복 성분 등에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현직 경찰들 가운데서도 근무지역의 날씨 환경에 따라 제복에 대한 의견이 다양해 이를 잘 반영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관광경찰대/사진제공=경찰청관광경찰대/사진제공=경찰청


◇일반인의 경찰 제복 착용은 불법…46명 기소=경찰 조직에서 제복에 상당한 신경을 쏟는 것은 제복이 갖는 상징과 역할 때문이다. 경찰 제복은 기본적으로 범인을 잡고 불법현장을 단속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또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식이기도 하다.


경찰 제복에 대한 이런 신뢰는 경찰을 사칭한 사건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7년 순천의 한 편의점에 ‘경찰’이라는 글자가 쓰인 우의를 입은 남성이 들어와 “근처에 강도 사건이 발생했으니 화장실로 피하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은 경찰인 줄 알고 순순히 남성의 말에 따랐지만 절도범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현금 110만원이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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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경찰 제복·장비를 이용해 경찰을 사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2015년 도입된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이 경찰 제복을 입거나 경찰 용품을 사용, 소지할 경우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경찰 제복, 경찰 장비를 제조·판매하는 업자는 경찰청에 미리 등록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는다. 다만 드라마·영화 촬영 등의 경우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법을 위반해 기소된 인원만 지난해까지 총 46명으로 집계됐다.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6년 12명, 2017년 28명, 2018년 6명이 기소됐다. 승리의 경우 이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뤄진 일로 법 적용을 피했다.

경찰기마대/사진제공=경찰청경찰기마대/사진제공=경찰청


◇자치경찰 도입한 제주, 경찰 상징부터 달라=오는 2022년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제복 디자인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혼동을 피하고자 제복을 차별화하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앞서 자치경찰을 도입한 프랑스에서도 자치경찰이 국가경찰과 다르되 전국적으로 통일된 제복을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제주도에서는 제복에 사용되는 경찰 상징물이 기존 경찰과 다르다. 현재 경찰은 참수리가 무궁화를 잡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제복 등에 사용하고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은 참수리와 불사조를 합친 형상을 하고 있다. 경찰의 다른 관계자는 “자치경찰을 전국에 도입할 때 국가경찰과 구분되는 제복을 입기는 할 텐데 지역마다 제복을 다 다르게 할지는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치경찰 외에도 관광경찰대·기마경찰대 등도 아예 다른 제복을 착용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보호하는 관광경찰대는 기존 경찰 제복보다 밝은 이미지로 디자인됐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외국인들이 쉽게 관광경찰을 인지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다.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개별 경찰이 사용 가능한 언어에 따라 다양한 색의 배지도 착용한다. 경찰기마대의 경우 말을 타야 하는 경찰의 업무 특성상 제복이 승마복이다. 서울 북촌·인사동·광화문 등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을 순찰하며 ‘경찰 홍보대사’ 역할을 해 제복이 화려한 편이다.

/김지영·최성욱기자 jikim@sedaily.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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