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최정석의 우드아카데미] <6>귀하고 고급스러운 '클라로월넛' 우드슬랩

별다방 테이블(우드슬랩), 그것이 알고 싶다

Part. 3 우드슬랩에서 사용되는 나무들의 종류와 특성 3

■클라로월넛 Claro Walnut

오늘은 클래식 음악과 어울리는 멋스러운 이름의 고급수종 ‘클라로 월넛(claro walnut)’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아메리카 블랙월넛’ 편과 연결해서 보시면 훨씬 재미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라로 월넛’을 보면 작곡가 슈만과 그의 연인 클라라가 떠오릅니다. 물론 이름이 비슷한 영향이 크겠지만 클래식의 거장과 어울릴만한 고급스러운 수종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소장하고픈 나무를 하나 고르라면 클라로 월넛 앞에서 많이 고민할 것 같네요.

클라로월넛으로 제작된 우드슬랩 테이블들입니다. 제공=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클라로월넛으로 제작된 우드슬랩 테이블들입니다. 제공=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



클라로 월넛을 설명하려면 우선 좀 복잡한 족보를 살짝 살펴보셔야합니다. 클라로 월넛은 유럽에서 넘어온 잉글리쉬월넛 아빠와 북미산 블랙월넛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나무입니다. 여기에 한 번 더 접붙이기를 성공한 손자가 바스톤(바스토뉴) 월넛이죠. 수학 공식처럼 표현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잉글리쉬월넛+블랙월넛 = 클라로 월넛 / 클라로 월넛 + 잉글리쉬월넛 = 바스톤 월넛

클라로월넛 농장의 전경입니다클라로월넛 농장의 전경입니다


당초 호두나무 열매를 더 많이 얻고자 접붙임을 했는데 생존력이 낮아서 오히려 귀한 존재가 된 것이 클라로 월넛입니다. 또 접을 붙이다보니 정상적으로 자라기 어려워 독특한 무늬인 벌(Burl)이 많이 발생하고, 한 나무에서 두 가지 패턴과 색이 나옵니다.

클라로월넛 로그야드, 아랫 짙은색의 밑둥이 블랙월넛, 위쪽 밝은색이 잉글리쉬월넛입니다. /스튜디오삼익, 죽산목공소클라로월넛 로그야드, 아랫 짙은색의 밑둥이 블랙월넛, 위쪽 밝은색이 잉글리쉬월넛입니다. /스튜디오삼익, 죽산목공소


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


밑둥·윗 부분의 차이점과 변화무쌍한 나뭇결이 보이시죠?

또 클라로 월넛은 내구성과 방부성이 아주 좋으나 벌레공격에는 아주 취약합니다. 그래서 개미들이 집도 많이 짓죠. 제재 후에 보면 벌레구멍이 아주 많습니다. 제재 시에 특유의 향도 난다고 합니다. 이런 특징들이 클라로 월넛을 고급 수종으로 만들죠.

벌레들의 흔적이 선명합니다. 제공=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벌레들의 흔적이 선명합니다. 제공=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


클라로 월넛이 비싼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로 월넛은 거의 캘리포니아에서 나는데 국내는 식물 방역법에 따른 수입 제한으로 직수입이 금지돼 있습니다. 클라로는 한국보다 나무 시장이 큰 일본에서도 인기가 좋아서 주로 일본에서 많이 수입을 하는데 제가 운영하는 스튜디오삼익의 경우 일본에 있는 제재소에서 손질해 훈증, 소독을 끝낸 후 한국 시장에 들여오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


그렇다면 클라로 월넛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가공되지 않은 판재의 클라로 우드슬랩 테이블 탑의 거래가격만 해도 수백에서 천만 원까지 경매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가격은 나무의 모양과 크기 등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그 물량도 많지 않죠. 이런 가공되지 않은 목재를 이동하고, 건조하고, 수평을 잡고, 몇 주를 가공하고, 어울리는 다리를 만들고, 배송을 하면 시장 완제품가격이 얼마나 올라갈지 조금은 가늠해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야기 나온 김에 위에 언급된 바스톤 월넛(Bastogne walnut)도 살짝 살펴보겠습니다. 월넛의 왕으로 불리는 고급수종인데. 식물학자 루터 버뱅크(Luther Burbank)가 호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잉글리쉬월넛과 클라로월넛을 접붙인 나무입니다. 하지만 접이 잘 붙지도 않고, 무엇보다 호두열매를 많이 얻고자 접을 붙였는데 열매도 잘 열지 않습니다. 대신 접붙이에 성공한 바스톤 월넛은 강도도 좋아지고, 목질, 밀도, 무늬, 모든 것이 좋아지며 심지어 엄청 빨리 자랍니다. 그래서 심는 경우가 거의 없고고 자연적으로 확산된 나무만 하나씩 발견돼 상품화되곤 하죠. 빨리 자라기에 ‘스테로이드 로즈우드’라고 불리거나 강도가 좋고 빨리도 크는데 열매가 안 열려서 ‘파라독스 월넛’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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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


실제 가격을 보면 슬랩재 한 장에 거의 천만 원을 육박하고 자연 건조한 개머리판 사이즈 하나에 거의 100만원의 가격이 형성됩니다.

출처=구글출처=구글


용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고급스런 용도에도 많이 사용되죠.



우드스랩재로 들어온 바스톤 월넛을 보면 이런 오묘한 결과 색을 보입니다.

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스튜디오삼익/죽산목공소


이렇게 지난번에 이어 아메리카 블랙월넛, 클라로월넛, 바스톤 월넛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월넛이 많이 친숙해진 수종이 되었기를 기대하면서 다음시간을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정석은

나무를 사랑하는 20년 경력의 가구장이다.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기업인 ‘스튜디오삼익’의 대표이사이자 나무 애호가들 사이 명성 높은 ‘죽산목공소’와 ‘우드아카데미’의 마케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드아카데미는 필자가 함께 배우고 강의하는 목재 수업의 이름이자 목재해부학 박사님이신 정연집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강사진과 회원들이 배움을 나누는 터이다. 필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다시 나눈다는 마음을 담아 칼럼 제목을 ‘우드아카데미’로 지었다고 전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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