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스페인 극우, 첫 하원입성 ‘돌풍’…민주화 이후 최초

복스, 카탈루냐 독립추진 부정적 여론 기회로 ‘약진’

조기총선 압박 국민당 몰락...사회당 제1당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드리드=AFP연합뉴스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연설하고 있다. /마드리드=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조기 총선에서 44년 만에 극우 정당의 원내진출이 확실시된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추진이 극우 바람을 일으켰고, 우파 유권자들 사이에서 국민당 심판론이 거세졌다는 평가다. 조기 총선을 선언했던 집권 사회노동당(PSOE)은 제1당에 올랐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해 정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극우정당 복스(Vox)는 개표 80% 시점의 예상 의석수가 하원 전체 350석 중 24석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에서 극우를 표방한 정당 중에 하원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오랜 철권통치에 신음한 스페인에서는 1975년 프랑코 사망 이후 민주헌법을 회복한 이래 극우가 의회에 진출한 역사가 없다.


2016년 총선에서 복스가 0.2%의 미미한 득표로 원내진출에 실패한 것을 돌이켜보면 3년 사이 복스의 득표율은 50배 이상 급등했다. 2013년 우파 국민당원이었던 산티아고 아바스칼(현 복스 대표)이 국민당을 나와 창당한 복스는 지난해 12월 사회노동당의 텃밭이었던 안달루시아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스페인에서 극우 정당이 중앙과 지방을 아울러 의회에 진입한 것 자체가 민주화 이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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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총선에서 복스는 카탈루냐 독립추진에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스페인 민족주의에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 2017년 카탈루냐 지방이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강력히 추진한 것에 불만을 품은 우파 유권자들은 카탈루냐 독립선언 당시 집권당이었던 국민당(PP)을 대거 이탈해 복스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대규모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던 국민당이 정부를 사회노동당에 내주자 우파 유권자들의 국민당에 대한 실망은 더욱 커졌다. 카탈루냐 독립 추진에 따른 정치적 관심 고조와 복스의 돌풍 등에 힘입어 투표율도 75%를 넘겨 예전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원내 제1당이었던 국민당은 스페인 헌정사상 처음으로 작년 6월 야권의 불신임으로 정부를 사회당에 내준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는 2위로 주저앉았다. 국민당은 실각 이후 내분을 겪다가 중도·리버럴 성향의 신당인 시민당(시우다다노스)과 극우 복스의 약진으로 양쪽에서 압박을 받으며 지지층을 빼앗겼다. 원내 제1당이라는 지위를 무기로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사회당을 끊임없이 압박했던 국민당은 조기 총선을 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의석수가 반 토막 나는 처지가 됐다. 예상 의석수로 보면 범우파인 국민당, 시민당, 복스가 연합을 구성해도 과반을 넘기지 못해 집권이 어렵다.

사회당도 전체 제1당 지위를 확보했지만 과반의석 확보에는 실패할 전망이다. 좌파인 사회당과 포데모스의 예상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이 안된다. 따라서 집권을 놓고 사회당은 정파 간 연정협상과 그에 따른 이합집산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사회당은 급진좌파 포데모스와 카탈루냐 민족주의 소수 정파를 규합하거나, 중도우파인 시민당과 연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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