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탐사S] 해외이주자 '건보 먹튀' 알면서도 쉬쉬..결국 표 때문?

재외국민 105만명 달해 선거때마다 '캐스팅 보트'

정치권, 건보정책 등 손질 쉽지않아

‘무늬만 내국인’의 귀국즉시 건보 혜택이 가능한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외이주자 관리 강화가 가능하고 이들의 건강보험 먹튀 역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철저한 표 계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100만명 규모의 유권자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수립할 경우 대통령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정부와 여야 모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회의장이나 국회 의원들이 해외에 나가 재외동포들과 간담회를 할 경우 가장 많은 요청을 받는 것이 재외동포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이라면서 “따라서 대통령이나 국회·여야 모두 세계에서 가장 잘 정비된 한국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재외동포들의 바람과 다른 방향의 입법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 보좌관은 이어 “재외동포들은 과거 외환위기 시절 자신들이 금을 팔아 한국에 달러를 송금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재외동포들이 각종 모임과 단체를 결성해 국회 의장과 총리·국회의원 등에게 이렇게 건보혜택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절할 만한 정치인과 정당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결국 해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재외국민에게 불리한 정책을 수립할 경우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정치적 셈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 현재 영주권자 재외국민은 104만9,209명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도 가능하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당시 당선인의 득표수는 1,201만4,277표, 이회창 후보의 득표수는 1,144만3,297표로 불과 57만980표가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갈랐다. 따라서 104만명의 영주권 유권자를 상대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법 개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교부나 건보공단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해외이주자 신고 현황이 건강보험공단으로 넘어가고 건강보험 혜택의 기준이 되는지 인지하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해외이주자 신고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한 후 귀국해 건강보험 정지를 해지할 경우 해외에서 어떤 비자를 통해 장기간 머물렀는지 물을 수 있는 법적인 조항이 없다”며 “해외에서 10년 또는 20년을 머물러도 해외이주자 신고나 국적 이탈 등을 신고해 관련 자료가 건보 측에 넘어오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과 같은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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