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조국의 '선곡 정치'…가사까지 살펴보니

크랜베리스 '좀비', 린킨파크 '인디엔드' 등 링크 올려

패스트트랙으로 경색된 국회 비판 담겼다는 해석

특감반 사태 때도 '노서렌더(굴복하지 않아)' 올리기도

조국 민정수석이 선거제·사법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벌어지는 여야의 극한 대치에 대해 페이스북 음악 링크를 통해 ‘일침’을 날린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조국 민정수석이 SNS에서 밝히는 입장을 청와대의 입장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그에 대해 논의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수석이) 싸움의 불씨를 더 키우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조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 선곡 논란과 관련해 “(그런 영상들은) 오래 전부터 올린 것”이라고 답했다. 조 수석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리기 전 기자들이 ‘록을 좋아하시나보다’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또 ‘얼터너티브 록(주류에서 벗어난 록음악)을 좋아하시는 것을 보니 감각이 젊다’는 언급에도 “거기 보시면 다른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 수석은 지난 2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악 영상 링크 4개를 올렸다. 조 수석의 ‘플레이리스트’는 아일랜드 록밴드 크랜베리스의 ‘좀비’, 미국 록밴드 린킨파크의 ‘인디엔드(In the end)’,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닐 영의 ‘록킹인더프리월드(Rockin’ in the free world)‘, 비지와 드렁큰타이거의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다.


‘좀비’의 가사는 ‘네 머리 속에는 좀비가 들어있다’, ‘네 머리 속에서 그들은 탱크와 폭탄과 총으로 무장하고 싸우고 있다. 네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폭력이 침묵을 부르고 있다’ 등의 내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수석이 일명 ‘빠루(쇠 지렛대)’까지 등장한 국회의 육탄전을 비판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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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엔드’에는 ‘시간은 귀중한 것’, ‘시계추가 흔들릴 때마다 시간이 날아가는 걸, 하루의 끝을 향해 가는 걸 보고 있다’, ‘네가 가보리는 걸 보면서 시간을 낭비했다’는 가사가 담겼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에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는 분석이다. 사회운동가이기도 한 닐 영은 음악 ‘로킹인더프리월드’로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조지 H.W.부시를 비판했다. 이 음악에는 노숙자, 환경 파괴 등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담겼다. 닐 영의 매니지먼트사는 이 음악이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캠프 행사에서 사용되자 “트럼프가 이 노래를 유세 때 사용하도록 승인한 적이 없다”면서 “닐 영은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보 앞으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는 각각 ‘승리는 나의 것. 짐승보다 야만한 인간세계 말세 석기보다 원시적인 그들의 돌팔매질은 높이 쌓여 Top(탑)이 돼 하늘을 닿네’와 ‘지쳐 외로워도 너희들을 위해 진정한 힙합을 위해 너희들을 위해 나는 꿋꿋이 버텨나가 그렇게 이겨나가 한발 한발 조금 더 용기를 내’ 등의 가사가 포함됐다.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권욱기자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권욱기자


조 수석의 이 같은 ‘선곡 정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해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로 한국당 등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자 조 수석은 영국과 미국의 대중음악 3곡의 영상 링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미국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 서렌더(No Surrender·굴복하지 않아)’, 영국 가수 아델의 ‘셋파이어투더레인(Set fire to the rain·빗속에 불을 지르다’와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비바라비다(Viva La Vida·인생 만세)’가 바로 그것이다. ‘노 서렌더’는 그 제목에서 짐작이 가능하듯 ‘사수(死守)를 맹세한 겨울 밤 군인들처럼 후퇴도 항복도 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나머지 음악들에도 ‘시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고 내 길을 가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조 수석은 음악 링크를 올리고 8일 뒤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 사찰 의혹을 해명했다. 지난해 12월31일 열린 운영위 회의는 ‘조국 청문회’라고 불릴 정도로 조 수석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거셌다. ‘조국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는 야당과 이를 방어하는 정부·여당 사이의 공방이 치열했고 결국 날짜를 넘긴 올해 1월1일 0시46분에 산회했다. 야당의 공세에 조 수석은 ‘굴복하지 않고’ 해명을 이어갔고 이날 운영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결정적 한 방이 없었던 한국당의 판정 패(敗)’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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