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신지애 "인생의 6·7번홀 통과중...전반 9번홀까지 열심히 달려야죠"

<JLPGA 상금·MVP포인트·평균타수 1위 오른 신지애>

가치있는 마무리 고민하다보니

집중력 높아져 좋은 성적 나와

9홀29타 '개인 최소타' 기록도

韓·美·日 투어 상금퀸 도전장

여유는 나중에 만끽할래요

신지애(왼쪽 네 번째)가 지난 28일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 프로 통산 56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 동료 선수들, 캐디·트레이너·매니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PS신지애(왼쪽 네 번째)가 지난 28일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 프로 통산 56번째 우승을 달성한 뒤 동료 선수들, 캐디·트레이너·매니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PS



신지애(31)는 추억 속의 이름이 아니다. 국내 여자프로골프 3년 연속 상금퀸에 올랐던 게 11년 전이고 마지막으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게 8년 전 일인데도 여전히 뜨겁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지난 14일 한국 선수 시즌 첫 승의 물꼬를 트더니 28일 후지산케이 대회에서 믿기지 않는 역전 우승을 거뒀다. 18홀을 남기고 7타 차 공동 19위에서 2타 차 정상까지 내달렸다. 후반 9홀에서는 버디만 7개를 적었다. 시즌 상금(약 4,034만6,000엔), 대상(MVP) 포인트, 평균타수 등 주요 부문 1위는 신지애의 이름으로 도배됐다.

신지애는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보다 가치 있는 마무리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다 보니까 대회장에서 더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경기력도 나오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주변에 은퇴하는 선수가 많아지니까 자연스럽게 몇 년이나 계속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후회 없고 아쉬움 적은 마무리에 대한 의욕이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비·최나연 등 1988년생 동기들과 나누는 대화의 주제도 “뭔가 어른스러워졌다”는 신지애는 “다들 올라가 보기도 했고 내려도 가봤고 다시 올라가려 노력도 하고 있다. 그동안 만들어온 것과 앞으로 만들어갈 것들에 대해 부쩍 진지하게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전날의 기록적인 후반 9홀 얘기를 하자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3m 안팎의 버디가 많았고 14m짜리도 들어갔다. 후반 퍼트 수가 9개밖에 안 되더라”고 했다. 샷도 되고 퍼트도 되고 안 되는 게 없었다. 신지애는 “6언더파를 보태 톱5에 들자는 목표로 들어갔는데 같은 조 일본 선수가 몰아치기에 달려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10번홀에서 사흘 연속 버디를 챙기면서 뭔가 스위치가 탁 켜졌다”고 돌아봤다. 신지애는 이날 8언더파를 보태 우승했다. 9홀 29타는 공식 대회 개인 최소타 신기록이라고 한다. “끝나고 스코어 확인하기 전까지 몇 타를 치고 버디 몇 개를 했는지 몰랐을 정도로 경기 자체에 흠뻑 빠져들어 있었다”고 했다.


마침 4월28일은 신지애의 생일이었다. 그는 “대회 기간에는 밀가루 들어간 음식을 안 먹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면 혼자서라도 꼭 짜장면을 먹고 잘 계획이었다. 그런데 우승이 터져서 도움 주시는 분들과 우승 파티 겸 생일 파티를 했다”며 웃었다.



신지애는 한미일 투어 상금퀸이라는 최초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상금 1위를 해봤고 일본에서는 2016년과 지난해 2위로 마쳤다. 지난해 아깝게 2위에서 멈춘 게 동기부여가 됐다. 신지애는 “지난해까지는 종종 한국에도 다녀오면서 여유를 가지고 시즌을 치렀는데 올해는 안 가고 있다.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에 집중하고 싶어서다. 방심하지 않으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여유는 나중에 만끽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신지애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떠나 일본 투어에 전념한 지 6년째다. 나흘짜리 대회가 대부분이고 이동 거리도 긴 미국 대신 여유로운 환경을 찾다가 일본에 정착했다. 그러나 한가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대회가 없는 월·화요일에도 오전을 운동으로 꽉 채운다. 자극과 환기를 위해 LPGA 투어 메이저대회도 꼬박꼬박 나간다. 신지애는 “3주 전 미국 대회에 다녀왔는데 오전6시30분에도 이미 연습하는 선수들이 많더라. 자극이 되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가치 있는 마무리’를 강조했지만 은퇴는 아직이다. “프로 대회 우승 횟수가 이제 56이에요. 88년생이니까 88승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어이없지만 요즘 가끔 들어요.” 좋은 골프를 하면서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신지애는 인생의 몇 번째 홀을 지나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제 겨우 6번이나 7번홀”이라고 했다. 신지애는 “선수 생활은 9번홀까지고 후반 9홀은 은퇴 이후 새롭게 가꿔갈 것이다. 지금은 전반 마지막 홀을 향해 열심히 달려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